[칼럼] 성전 마당만 밟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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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안식일은 저항이다』 이 책은 저명한 구약학자이자 20세기를 형성한 100권의 책 중 하나로 꼽힌 『예언자적 상상력』이란 책의 저자인 월터 브루거만(Walter Brueggemann)박사가 안식일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브루거만은 안식일이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날이라기보다 오히려 온전한 인격체가 되는 날이요, 온전한 사회를 회복하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무언가를 얻고 성취하고 소유하려고 살아가는 사회를 상대로 저항하는 안식일을 이야기합니다. 그리하여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우리로 쉼이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신앙적 삶이라고 역설합니다.

이 책에는 브루거만 박사님의 어릴 적 경험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미주리주 설린 카운티에서 자란 월터 부르거만의 어릴 적 그 동네에는 잡화상을 운영 하는 G씨와 그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배 때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매 예배 때마다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면 마지막 축도를 하시기 전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를 빠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예배 마치기 5분 전이면 무슨 의식이라도 거행하는 것 처럼 가운데 긴 통로를 걸어 교회 뒤쪽 현관으로 나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예배에 참석한 다른 모든 이들이 예배의 마지막 찬양과 기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듯 보였습니다. 그들은 왜 항상 예배 마치기 5분 전에 일찍 교회를 나가는 것일까요?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그 동네에는 또 다른 교회인 루터교회가 있었는데 그 교회는 부르거만 박사님이 다니던 교회보다 30분 일찍 예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항상 교회를 일찍 나가는 그 G씨는 그 루터교회 근처에서 잡화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루터교회 신자들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때를 맞추어 미리 주문 받았던 물건을 전해 주고 장사를 했던 것입니다.  부르거만 박사님은 어릴 적 그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 나는 G씨가 루터교회 신자들에게 주문을 받고 그들의 돈을 벌어들이려면 그 신자들이 예배를 마치는 시간에 꼭 맞춰 우리 교회를 떠나야 했을테니 하나님을 예배 하면서도 대체 얼마나 자주 자기 시계를 들여다 보았을지 궁금했다.” 

이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예배 드리러 몸은 왔는데 온통 그 마음은 빨리 가서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의 예배를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셨을까요? 하나님께서 그런 예배는 받지 않으실 것입니다. 선지자 이사야는 이와 같은 위선적인 예배를 보며 다음과 같이 책망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이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냐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내가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  내 마음이 너희의 월삭과 정한 절기를 싫어하나니 그것이 내게 무거운 짐이라 내가 지기에 곤비하였느니라 너희가 손을 펼 때에 내가 내 눈을 너희에게서 가리고 너희가 많이 기도할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니.”(이사야 1:12~15) 지금 여호와께서 너희들이 내 앞에 제물을 드리러 예배하러 오지만 그저 성소의 마당만 밟을 뿐 그 예배가 가증한 것이라고 책망합니다. 마음도 없이 그저 예배의 행위만을 위해 나아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식을 보면서 내가 가증히 여긴다고 하십니다. 한마디로 그런 예배는 역겹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런 예배를 미워하시고, 싫어하시며 그렇게 올리는 기도는 아예 듣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명에 기록된 안식일은 기억하여 지키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안식일은 형식과 의식만 있을 뿐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가 다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예배는 어떠 하십니까?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예배시간 내내 시계만 들여다 보지는 않으십니까? 주님 만을 찬양하는 거룩한 예배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뭐가 그리 중한 것입니까? 예배의 날에 모인 성도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예수님과 신앙의 경험들이 되어야 할 터인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이는 안식일에 그분의 성전 마당만 밟는 것일 뿐 입니다. 거룩한 예배의 회복이 우리들의 삶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세상의 유혹, 세상의 욕망, 세상의 재물, 세상의 권력,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은 욕망, 그리고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내려 놓고 우리들의 일상의 삶을 멈추고 주의 거룩한 날을 성수할 때 여호와께서 그 예배를 기뻐 받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