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십자가 앞에 있던 사람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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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대학 시절 인수봉 등반을 위해 북한산에서 야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늦은 밤 인수봉 대슬렙을 올라서서 내려다 보는 서울의 야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서울 전역을 뒤덮은 불빛의 화려함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빛의 바다 앞에 서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은 어떠할까?“ 그런데 그 화려한 불빛의 바다 속에 한 몫을 담당하는 빨간 불빛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거리 거리마다 들어서 있는 십자가의 불빛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저주와 죽음의 상징이었던 십자가가 이제는 온 세상에 가득합니다. 수없이 솟아있는 십자가. 그러나 그 십자가의 붉은 빛 물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진정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가고 있는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그 십자가 앞에 있던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해 봅시다.

십자가 앞에 있던 첫번째 사람들은 ‘앉아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저희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거기 앉아 지키더라”(마 27:35-36) 십자가 앞에 앉아 있던 자들은 로마 군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십자가 앞에 앉아서 하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들은 제비를 뽑아 그들이 벗겨버린 예수그리스도의 옷을 나눠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재물의 탐욕으로 살아가던 자들을 나타냅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재물의 탐욕에 젖어서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손실에 대해서는 계산이 아주 빠릅니다. 자신에게 득이 될 것 같은 일에는 매우 빠르게 행동합니다. 자신에게 손실이 될 것 같으면 은근 슬쩍 빠져 버립니다. 큰 재산이나 부를 축척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십자가 앞에 앉아있던 자들이 서로 빼앗으려고 했던 것은 예수님의 옷 한 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같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십자가 앞에 나와 있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은 작은 것 하나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니 그 작은 것 하나 손해 본 것이 서운하고 속상해서 십자가의 그 큰 은혜는 잊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십자가 밑에 앉아서 예수님의 옷을 제비 뽑아 서로 가지려고 다투었던 로마 군인들이 진정 그들 앞에 있는 십자가의 의미를 깨달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옷 한 벌은 십자가의 은혜 앞에 지극히 작은 것이었습니다. 혹 우리의 눈이 아직도 옷 한 벌을 나누는 일에 고정되어 있다면 이제는 눈을 들어 십자가의 큰 은혜를 바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 앞에 있던 두번째 사람들은 ‘지나가는 자’들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가로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며” (마 27:39-40) 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앞을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야! 예수야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라” 그것은 희롱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왜 그 십자가에 달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하여 희생당하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비웃으며 십자가 앞을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 지나가는 자들의 모습도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십자가 앞에서 예수를 욕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르던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 앞에서 호산나를 외치던 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한창 잘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는 그분을 따르며 호산나도 외쳤지만 이제 그분이 수치와 죽음의 상징인 십자가에 달리는 신세가 되자 그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십자가 앞을 지나가며 그 예수님을 저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들도 믿음과 신앙 때문에 이 세상에서 손해를 보고 때로는 수치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잠깐의 수치와 조금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믿음과 신앙을 져버린다면 그것 또한 한때 예수님을 따르다가 이제는 십자가를 저주하고 지나가버린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십자가 앞에서 지나가는 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어떠한 일이 있을지라도 어떠한 고난과 어려움이 올지라도 십자가를 버리지 않고 더욱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