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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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횃불트리니티 총장 어시스턴트/횃불재단 DMIN 스태프)

-이전 호에 이어서-

르우벤이 도착 했다. 하지만 요셉은 이미 종으로 팔렸다. 르우벤은 자리에 주저앉아 “어이 할꼬 어이 할꼬, 이제 아버지에게 어떻게 돌아갈꼬” 통곡한다. 유다의 약삭빠른 계략에 당했다.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예수님 조상으로서 위풍당당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야곱을 가장 닮은 아들인 것 같다. 그런데 유다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실망스럽다 못해 시궁창에 푹 빠진 유다의 모습이 나온다. 바로 창세기 38장이다.

창세기 38장의 해석을 위해서 이 장을 이루는 문맥을 살펴보자. 창세기 37장은 요셉의 꿈 이야기로 시작 해서 애굽의 보디발에게 종으로 팔려 간 애굽 이야기로 끝난다. 39장은 요셉이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성적인 순결을 지킴으로 오히려 고난받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데 37장과 39장 사이, 즉, 38장은 갑자기 유다 이야기를 전한다. 그것도 그가 며느리와 관계를 맺는 거룩하지 않은 일이 나타난다. 글의 구조가 이상하다. 구조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야기를 짜집기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자유주의 학자들은 창세기 38장을 후대편집자가 끼워 붙인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창세기 38장은 문학적인 면에서 전혀 문제없다. 38장은 두 주인공, 요셉과 유다를 서로 대조하는 역할을 한다. 모범생 요셉과 이와는 반대로 닳고 닳은 듯이 보이는 유다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성적인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요셉과는 달리 가장 지저분한 성범죄를 저지른 유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함으로 두 라이벌 주인공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창 38장을 살펴보자. 유다는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서 가나안 여인과 결혼한다. 자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가나안 여인을 멀리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 결혼부터가 구별되지 못하고 상당히 세속적이었다. 그의 아내가 세 아이를 낳았다. 첫째 아들이 컸을 때에 다말이라고 하는 여인과 결혼을 시켰다. 그런데 큰아들이 악을 행해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죽었다. 그러자 유다는 다말을 둘째 아들에게 주어서 형의 뒤를 이을 아들을 생산하게 한다. 이를 가리켜 계대결혼이라고 하는데 고대 근동에서 흔히 있었던 풍습이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좀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는, ‘내가 이 형수에게 아기를 만들어 주어도 그는 내 아들이 아니라 형의 아들이 되고 또한 내 재산마저도 감소하게 되지 않겠느냐”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둘째 아들의 이런 행위를 악하게 보시고 죽이신다.

자 이제 남은 것은 막내아들인 셀라뿐이다. 유다는, 관습대로 다말을 막내 아들에게 주어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두 아들이 모두 다말에게 가기만 하면 죽지 않겠는가! 두렵다. 혹시 다말에게 어떤 저주 같은 것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왠지 불안하고,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다말을 막둥이에게는 주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린다. 다말을 불러놓고 말한다. “아직 막둥이가 어리니까, 클 때까지 친정에 가서 수절하고 있거라.”다말은 시아버지의 말을 따라서 친정에 가서 막내가 클 때까지 기다린다.

수년의 세월이 흘러 막둥이는 이제 건장한 사내가 되었다. 그래서 다말은 언제 소식이 오려나 하고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함흥차사다. 막내를 다말에게 줄 마음이 없는 유다이기에, 다말을 다시 불러들일 일은 없다. 다말은 시아버지한테 한방 얻어맞았다. 자기가 당한 것을 안 다말은 기분이 나쁘다. 감정이 상한 다말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반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때를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했던가! 드디어 기회가 왔다. 유다가 양털을 깎기 위해서 다말이 사는 지역 근처에 왔다. 다말은 엉뚱한 생각을 한다. ‘시아버지가 나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막내아들의 후사를 잇게 해주지 않으니, 막내아들의 후사 대신 시아버지의 후사를 이으면 어떨꼬? 꿩 대신 닭이로다.” 그녀는 매춘부로 변장한다. 짙은 메이크업으로 분장하고 유다가 지나갈 만한 장소에 앉아서 기회를 노린다. 아니나 다를까 시아버지 유다가 다말이 있는 장소로 지나가다가 어여쁜 매춘부를 발견한다. 한편, 이 당시 유다는 자기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젊은 매춘부는 그에 눈에 쉽게 들어왔습니다. 이 여자에게서 외로움을 풀고 싶었다. 그래서 유다는 염소 새끼 한 마리를 약속하고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염소 새끼가 없기에 염소를 주겠다는 약속의 증표로 자기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준다. 그날 밤 다말은 시아버지 유다의 아이를 잉태하고 다음 날 안개처럼 사라진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