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와 생각하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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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확진자들의 수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고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장악했으며 세계 각국의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모든 대륙, 거의 모든 국가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불과 3주 전만해도 별것 아닌 것처럼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던 미국도 이제는 확진자의 숫자가 세계 1위를 돌파했으며 하루에도 수만의 사람들이 확진자로 판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자택대기령이 발령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든 식당,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거의 모든 회사들도 재택근무에 학교는 휴교 상태입니다. 6피트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고 이제는 급기야 시카고지역 모든 비치와 공원과 산책로들을 봉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불과 몇 주전 만에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말그대로 초유의 사태입니다. 정말 꼼짝없이 집 안에서 머물며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요즈음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 계속해서 떠 오릅니다. 집 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이 상황 속 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말 안 듣는 아이들을 훈계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은 교실 한 쪽에 작은 의자를 따로 떼어 세워 둡니다. 그리고 말 안 듣고 계속해서 장난을 하거나 혹 말썽을 피우는 아이가 있으면 그곳에 가서 혼자 앉아 있게 합니다. 그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일어나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습니다. 이 의자를 “생각하는 의자”라고 부릅니다. 잘못하는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잠깐 그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 생각하는 의자의 목적입니다. 요즈음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마치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있게 된 것 만 같습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영적 생각하는 의자”로서 우리 인간들에게 허락하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1세기 동안 물자의 풍부함 속에서 인간들은 더욱 탐욕스럽게 되었고 그들의 식욕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식물의 제한된 선을 넘어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박쥐나 뱀) 먹을 만큼 방종하게 되었습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인간들의 마음에 교만과 자만심을 심어주었고 급기야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의 질서마저 파괴하는 일도 서슴치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때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의자를 허락 하셨습니다. 일상의 모든 삶을 멈추게 하시고, 정지하게 하시고, 이동하지 못하게 하시고, 가만히 앉아 있게 하셨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정지된 지금의 시간은 영적 생각하는 의자의 시간입니다.

이것을 성경에서는 광야의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성경은 항상 하나님의 사람을 준비시킬 때 광야의 시간을 사용하셨습니다. 출애굽의 역사를 이루었던 모세(출 4:1-2), 예수님의 앞길을 예비하였던 침례 요한(마 3:1-4), 이방인을 위하여 택하심을 받았던 사도 바울도 아라비아 광야에서의 시간(갈 1:17)이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 조차도 그의 공생애를 앞두고 광야의 시간(마 4:1-2)을 가졌습니다. 광야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단절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과의 관계, 복잡한 일상의 시간들. 그곳은 오직 고독과 고요함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쩌면 우리는 광야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적 관계들을 다 멀리하고, 세속의 일들을 잠시 멈추고, 집안에서 조용하고 고요한 가운데 영적 고독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분명 온 세상에 고통을 가져온 재난인 것은 분명하나 이것이 오늘 나의 영적 삶을 돌아보고 더욱 깊이 있는 신앙의 경험으로 들어가게 하는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의 모든 일상이 엉망이 되고, 우리의 모든 비지니스가 위험해지고, 우리의 모든 사회적 관계들이 두절되는 그런 광야와 같은 시간 속에 있다 할지라도 두려워 말고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굶주리게 하려고 광야로 데려가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로 망하게 하려고 광야로 데려가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로 외롭게 하려고 광야로 데려가지 않으십니다. 광야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요. 광야는 말씀에 충만을 경험하게 하는 곳이요. 광야는 기도하게 하는 곳이요. 광야의 고독함은 우리로 성령 하나님과의 동행을 더 간절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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