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나님과 사랑에 깊이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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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새벽 예배에 참석한 성도님들 한 분 한 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축복 기도한지 벌써 수 년째 입니다. 이른 시간 직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예배가 끝나자마자 집에 가야하는 가족들을 위해선 예배 전에 기도합니다.

그 날도 그런 가족을 위해 일찍 예배당으로 올라왔습니다. 계단을 오르는데 평소와 달리 전실에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부모님과 함께 오는 여섯살 숙녀 S가 늘 그곳에서 그림 그리며 놀고 있었는데 보이질 않았습니다. ‘오늘은 아파서 집에 두고 오셨나’ 생각하며 예배당으로 들어가 아빠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엄마 쪽을 향해 걸어가다가 멈칫하고 말았습니다. 그곳에 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엄마 곁에 꼬마 숙녀가 엎드려 있었습니다. 기도하고 있는 겁니다. 엄마와 딸에게 손을 얹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드렸는지 모릅니다.

꼬마 숙녀 S는 아빠 엄마와 함께 약 5 개월째 새벽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예배 30분전쯤 도착해서 “주님 우리 왔어요.” 말하듯 전실에서 온가족이 손을 맞잡은채 무릎 꿇고 잠간 기도하는 장면, 예배 때 어른 성도들과 큰 목소리로 함께 찬송 부르는 S의 입술, 하나님 말씀을 들을 때 빛나는 6개의 초롱초롱한 눈동자…S 가족이 예배드리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새벽 예배를 뜨겁게 달굽니다. 온가족이 하나님과 깊은 사랑에 빠진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몇 주 전 S의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 입니다.

“이번 주 감기 때문에 많이 아팠습니다. 그때 마침 한국에서 물건이 도착한 겁니다. 때 맞춰 아마존으로 보내려면 컨테이너에서 물건을 다 내리고 각 창고에서 보내온 주문량에 따라 빨레트를 구성하는 작업을 그날 마쳐야했습니다. 그 일만 해도 두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량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물건부터는 한 가지 작업을 추가로 더 해야 했습니다. 성경 말씀을 담은 레이블을 박스에 붙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기도 중 비지니스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길을 주님께 여쭈어보았는데 이 방법을 알려주셨거든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물건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말씀 레이블을 다 만들어두었습니다. 목사님 주신 말씀 책갈피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날 몸이 아픈 거예요. 갈등이 되더라구요. ‘지금 8시 반. 레이블을 안 붙이고 작업하면 10시 반이면 끝내고 집에 가서 쉴 수 있다. 그런데 레이블까지 붙이면 자정이 되어서야 일이 끝난다. 내일 새벽 기도를 가야하고 또 일찍 출근해야 하고 게다가 몸도 아픈데 말씀 레이블은 다음에 붙이면 어떨까?’ 잠시 갈등하다가 붙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님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레이블 붙이는 작업이 처음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하는 거예요. 작업을 다 끝냈을 때 제 몸은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멀쩡해져 있었습니다. 시작할 때의 몸 상태라면 당연히 쓰러지기 직전이어야 하는데 참 신기했습니다. 순간 ‘주님 일 하는 날 주님께서 도와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곳에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생각이 들자 제 입에서 뜨거운 감사 찬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과 깊은 사랑에 빠진 성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