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물숭배와 느흐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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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목사

 

21세기 최첨단 과학문명을 누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과는 달리 남태평양 외딴 섬같은 곳에는 여전히 미개한 모습을 하고 있는 종족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문명의 불평등”이라고 합니다. 왜 문명의 불평등이 발생했을까요? 미국의 과학자이자 작가인 제라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라는 인류 문명의 차이를 만든 결정적인 세가지 요인을 . ‘총(Guns)’, ‘균(Germs)’, ‘쇠(Steel)’fk고 설명합니다. 인종간의 유전자 차이 혹은 기후와 환경의 차이에서 문명의 불평등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기존의 통념을 깨는 그의 이러한 접근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고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최고의 저널리즘과 도서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 책의 서두에는 그로 하여금 문명의 불평등을 연구하게 만든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1972년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조류학자와 진화생물학자로서 뉴기니 해변에서 새의 진화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뉴기니의 정치가 얄리와 함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때 얄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뉴기니 사람들에게 화물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남태평양의 섬에는 미군 비행장이 건설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군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신기하고 놀라운 물건들이 가득 담긴 화물들이 도착했습니다. 미군들은 화물 속에 있는 물건들을 원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정말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원주민에게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물건을 넘겨주는 미군들은 아무런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보기에 화물은 비행기에서 저절로 생겨났습니다.  화물은 신이 내려준 선물 같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전쟁은 끝났고 미군 비행장은 폐쇄되었습니다. 더 이상 화물은 하늘에서 내려 오질 않았습니다. 원주민들은 대나무로 비행기와 관제탑 모형을 만들어 놓고는 하늘에서 화물상자가 내려오기를 기원하면서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뉴기니 사람들의 화물숭배의 모습입니다. 화물은 그들에게 신앙이 되었습니다.

“히스기야가 … 여러 산당들을 제거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이스라엘 자손이 이때까지 향하여 분향하므로 그것을 부수고 느후스단이라 일컬었더라” (왕하 18:3-4) 히스기야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전국에 있는 산당(山堂)을 제거하고 각종 우상들을 깨뜨려 없애는 종교개혁을 단행합니다. 그 가운데 특별했던 것은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부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출애굽시 광야에서 백성들이 불뱀에 물리어 죽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놋으로 뱀의 모양을 만들어 장대 위에 높이 매달게 하고 그 놋뱀을 쳐다보는 자는 살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놋뱀이 히스기야 시대까지 보관되어졌습니다. 심지어 백성들은 그 놋뱀 앞에서 분향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놋뱀 자체에 무슨 신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놋뱀을 잘 보관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놋뱀을 아예 우상으로 섬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그렇게 우상이 되어버린 놋뱀을 부숴버리고 이름을 ‘느후스단’이라고 부릅니다. ‘느후스단’은 히브리 말로 ‘놋조각’이라는 뜻입니다. 이 놋뱀이 병을 고쳐주는 능력을 가진 신이 아니라 그저 ‘놋조각’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느후스단은 본디 장대 위에 단 놋뱀이었습니다. 불뱀에 물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장대 위에 달린 놋뱀을 보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장대 위에 달린 놋뱀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요 3:14).

그러므로 놋뱀을 바라보라는 것은 놋뱀을 숭배하라는 것이 아니요 놋뱀이 상징하는 예수님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보지않고 놋뱀을 봅니다.  큰 교회, 사람 많은 교회, 좋은 목사가 있는 교회, 재정이 넉넉한 교회,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교회를 찾습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예수님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그 안에 그리스도가 없으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상입니다. 화물상자는 화물상자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놋뱀은 놋뱀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교회는 교회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을 보지 못한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