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미주 엄마’들의 폭력 – 언론인 조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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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성인으로 추앙되는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에게는 무거운 짐이 있었습니다. 큰아들 하릴랄 간디가 아버지와의 불화로 아버지 간디를 공개적으로 욕하고 타락한 생활을 하면서 종교까지 아버지의 힌두교를 거역하고 모슬렘으로 개종했습니다. 간디가 세상을 떠나 국장을 치르던 날 거적을 뒤집어쓴 거지가 장례식에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공식적으로 간디 큰 아들은 아버지 장례식에 불참했습니다.)
인도인을 각성시키고 인도의 의식혁명과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간디는 자기 아들을 바꾸기는 고사하고 아들과 척진 것도 풀지 못했습니다. 간디 아들은 사창가에서 죽었습니다. 오래된 인간의 푸념 가운데 하나가 “자식 농사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식 키우는 일은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고 문제아를 둔 부모의 고뇌는 깊습니다. 자식 자랑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고 냉소하면서도 자식을 잘 키운 사람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서 남의 자식에게 흠이 있더라도 함부로 흉보거나 논하는 것을 금했던 것이 선현들의 지혜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 자식 연좌제(連坐制)가 생겼습니다. 자식이 말썽을 피우고 못된 짓을 하면 부모에게 손가락질하고 부모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얼른 생각하면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는 도덕문화 미풍양속 같지만 그렇질 않습니다. 개개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질 않고 자식을 부모에게 예속시키는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 사상과 언행을 책임질 수 없는 것처럼 부모가 자식의 이념과 언행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물론 도덕적으로는 책임을 져야하지만 부모에게 정치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자식의 탈선으로 가슴 아픈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인간 문명을 거스르는 연좌제 그물을 씌우는 것입니다. 조선을 피폐하고 통탄스럽게 만들었던 3족을 멸하는 연좌제가 해방 후 이념 연좌제로 변질되었다가 이제는 학폭(學暴) 연좌제라는 비민주적이고 비이성적인 한국식 연좌제를 만들어냈습니다.
더욱 당혹스런 것은 학폭 연좌제를 유독 강조하고 남용하는 사람들이 이념 연좌제 폐지를 누구보다 외쳤던 사람들이고 민주란 이름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학폭 문제를 침소봉대해서 소란을 피우고 무서운 저주와 증오의 화살을 퍼붓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던 정순신 씨의 아들 학폭이 문제 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까지 개최하는 어이없는 국회 폭력을 태연스럽게 연출했습니다. 실상, 정순신 씨 아들에게 화인을 찍은 학폭이란 주홍 글씨 내용을 보면 학폭도 못미치는 고등학생들 간의 말싸움 수준이었습니다. 이 잣대를 적용한다면 학폭 그물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학폭에 거품을 물거나 학폭과 비슷한 언어 폭력을 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을 보면 어떻게 하나같이 그 인물 됨됨이가 학폭의 당사자들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학생시절 학폭을 휘둘렀던 사람들 같습니다. 이름을 거명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그런 국회의원들이 하나둘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는 정청래 의원과 안민석 의원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평소에 학폭보다 더한 국폭(國暴) 선두주자들이었던 이들의 자식들이 학폭에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정청래 의원의 아들 경우는 여중생의 성추행, 성폭행까지 행하는 아주 악질적인 학폭이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런 국회의원이 학폭을 논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란 말이 너무 순해서 도수를 좀 더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고상스럽지 않은 표현이기는 하지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옛 속담이 생각납니다. 이걸 줄이면 “똥개겨개”가 되나 발음이 좀 부자연스러워 ‘겨’를 ‘흙’으로 바꾸면 “똥개흙개” ㅡ“똥 묻은 개가 흙 묻은 개 나무란다”가 됩니다. 똥개흙개 정치인들이 득실거리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판입니다.

이렇게 한국 정치판을 미국서 개탄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미주 엄마” “미주 맘스(Miju Moms)”란 사람들이 미국서 한국의 학폭을 비틀고 흉내 내서 무슨 청원인가를 하고 있습니다. “미주 엄마”란 호칭을 듣는 순간 “한국 개딸” 어휘가 연상되고, 어쩌면 이들의 심성이나 이념이 엇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 미주 엄마들은 지난 4월 9일 “체인지(Change)”라는 국제청원사이트에 “MIT shouldn’t be a playground for cheaters (MIT는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한동훈 장관의 딸이 “논문 표절 의혹(가짜 연구논문 게시), 저작권 위반 등의 허위 스펙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MIT가 이 학생에 대한 입학 제안을 진지하게 재고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주엄마들은 “MIT 지원서에 어떤 자료가 포함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A학생이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이력서를 꾸미려고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A 학생의 합격은 특권층의 조작으로 인해 불평등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대학 입시 제도의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중대한 적신호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 저는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어쩌다 한국인들의 품질이 이렇게 저질스럽고 악랄하게 되었는지, 어쩌다 이런 악성 바이러스들이 미국까지 와서 코리안을 도매금으로 망신시키는지 기가 찰 뿐이었습니다. 증거가 있어도 남의 딸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름답지 않고 피해야할 인격이거늘, 증거도 없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추측과 희망적인 주장, 그것도 악의적인 추측과 악랄한 생각으로 남의 딸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는 것은 막가는 인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인간 도리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미주 엄마”가 뭐 하는 여성들이고 어떤 여자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라는 호칭을 쓴 걸 보면 분명 자식을 키우는 여성들이고 어느 정도 지각이 있어야 할 나이들입니다. 이들 미주 엄마들은 자식 키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미국에서 자기 자식들이나 잘 키울 것이지 왜 반듯한 모범생으로 공부 잘하는 한동훈 장관의 딸을 음해하고 모해하는지가 이해되질 않습니다.
이러한 음해나 모함을 미주 엄마들끼리 모이는 한풀이 마당에서 배설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추한 모습일진대, 학교에다 편지질하고 공개적으로 청원질하는 것은 참으로 역겹습니다. 이런 모함이 미국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어이가 없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모함한다고 해서 MIT가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겠지만, 한국인들의 몰이성에 구토가 날 뿐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부끄럽고 천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남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 음해 모함하면서 끌어 내리고, 시기 질투하면서 저주하고 투서하고 증오하는 아주 못된 습성을 고치려하질 않고, 오히려 주위를 전염시키고 있습니다. 이들 비뚤어진 엄마들은 자기 자식들이 엄마의 나쁜 심보를 쉽게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정성을 다해 자식을 보살피고 교육해도 탈선하기 쉬운 것이 10대 자녀들인데 이들 여성들은 자식들에게 악행을 본보기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 학폭이 미국서 변이되어, 학생이 학생을 폭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들이 남의 집 딸을 집단 폭행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말입니다. 학폭이 엄폭(엄마 폭력), 모폭(母暴)으로 변질되는 괴이한 현상이 미주 한인사회에서 발생했습니다. 한동훈 장관 딸 MIT 입학을 모함한 미주 엄마들은 미국서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코리안 어머니들 이름을 욕되게하고, 비열한 꼴뚜기가 되어 어물전을 망신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증오와 이념에 중독된 돌연변이 엄마, 모성애를 상실한 돌팔이 엄마들입니다.
한국의 학폭은 부모를 옭아매는 학폭 연좌제로는 고칠 수 없습니다. 한국에 만연하고 있는 약육강식의 폭력문화를 시정하고 한국인들이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문화를 육성해서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개선될 수 있습니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아무리 분장한들 달라질리가 없습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해괴하고 폭력적 욕설을 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받아들이고, 막가는 막말 막장 인생들을 지도자로 환호하는 정치의식과 수준으로는 학폭은 근절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학폭의 뿌리입니다.
양식과 상식을 되찾고 의식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법치를 허물고 떼 쓰고, 떼 짓는 집단적이고 극단적인 촛불문화를 척결하는 것이 첫 걸음입니다. 학폭 연좌제가 엄폭, 모폭 까지로 변질된 것은 얼굴 뜨겁고 천박한 코리안의 수치스러운 모습입니다. 미주 엄마들, 어쩌다 여기까지 와서 준동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