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권도 구조조정 시작…“비용절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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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호프 80명 정리, 다른 은행들로 확산 예상…비싸진 직원 몸값 부담

뱅크오브호프가 직원 약 80명을 대거 해고하면서 한인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분간 경기 침체 상황이 개선되기 힘든 만큼 다른 은행들로 정리 해고 바람은 번져나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12일 뱅크오브호프에 따르면 은행은 최근 풀타임 직원 약 80명을 대상으로 해고를 통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뱅크오브호프의 전체 직원 1,555명의 약 5%에 달하는 인원이다. 뱅크오브호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부진 상황을 고려해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며 “해고된 직원들은 경영 지원 부서 인력과 향후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대출 파트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호프의 인력 구조 조정은 상당 부분 예상된 것이었다. 뱅크오브호프에 앞서 규모가 작은 PCB와 CBB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이미 직전 분기 대비 직원수를 줄이면서 직원 해고를 단행해 왔기 때문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CBB뱅크는 지난해 3분기(190명) 대비 4분기(179명)에 직원 숫자가 11명이 줄었고 PCB 뱅크도 같은 기간 274명에서 272명으로 인력이 줄었다.

한인 은행에 앞서 주류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거세게 진행했다. 지난해 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무려 3,200명을 해고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 감원에 착수했고 최근 들어서는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 상위 은행들이 수요가 급감한 모기지 부서를 중심으로 각각 수백명을 정리해고했다. 주류 은행들의 감원에 대해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인 은행들의 구조조정도 향후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남가주 6개 한인은행(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뱅크, 오픈뱅크, CBB 뱅크, US 메트로뱅크)들의 1인당 평균 연봉(총 급여액/총 직원수)이 무려 12만9,914달러의 고임금이라 위기 시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일부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남은 인력들을 대상으로는 임금 인상폭을 줄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이득인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난 남가주 한인은행들의 직원 숫자도 올해 감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당 은행들의 풀타임 직원수는 총 2,975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2,828명) 대비 147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인력난이 겹치면서 인력 감축을 정상적으로 진행 못한 결과다. 그러나 올해에는 상황이 달라져 은행들이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올해 순익 감소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인력운용을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감원을 아직 실시하지 않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