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물류 대란으로 책이 없어 못 팔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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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가 심각한 물류난과 인력난으로 인해 제때 서적을 공급하지 못하는 데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미국 출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운 물류 정체 여파로 책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자 철 지난 재고 서적으로 버티던 서점들이 한계 상황에 놓여 있는가 하면 출판사들도 연말을 앞두고 신간 출간 계획을 줄줄이 연기하고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서점의 빈 판매 서가와 함께 연말 샤핑 시즌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출판업계, 신간 연기에 서점들 구간으로 버텨
비싼 항공료 부담하며 공급, 연말 특수 우려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류 대란 여파로 서적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자 재고 서적 부족 상황과 함께 신간 출간도 지연되는 등 미국 출판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서적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해상과 육상 공급망에서 동시에 발생한 탓이다.

대부분의 서적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제작되어 배편으로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해상 물류의 적체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수입 화물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LA항과 롱비치항에는 60여척의 컨테이너 선이 하역 작업을 기다리며 발이 묶여 있다. 항만 병목 현상이 심해지면서 컨테이너 부족 사태가 발생해 컨테이너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되자 가격도 급등했다. 약 3만5,000권의 서적을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1개의 임대료는 평소 2,500달러였지만 현재는 2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역에 성공을 해도 서적을 분류해 발송하는 물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물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 인쇄 제작되는 서적도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매한가지다. 서적을 제작할 수 있는 인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가동을 멈췄거나 아예 폐업에 들어간 인쇄소가 많은데다 인쇄 인력까지 부족해 가동률이 높지 못하다 보니 미국 내 서적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들은 서적 생산 일정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어떤 서적들은 몇 주 정도 지연되기도 하지만 수 개월씩 생산 일정이 늦춰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출판업계가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있다.

출판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객들에게 가능하면 일찍 원하는 서적을 주문하라고 권고하는 것 밖에는 말이다.

심지어 항공편을 이용해 서적을 공급하는 출판사들도 있다. 항공편으로 서적 1권을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5달러에서 8달러로 서적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미국 출판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물류 대란이 지속되어 서적 공급이 지연되는 사태가 연말 샤핑 시즌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재판을 찍어야 하는 경우 평소 3주면 서점에 공급이 되었지만 지금은 3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물류 대란으로 올해 서적 판매가 연말 특수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와중에도 독서 수요가 증가한 것은 미국 출판업계에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미국 내 출판사의 지난해 서적 판매는 2019년에 비해 거의 10%나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써드 플레이스 북스’의 로버트 진델라 매니징 파트너는 “지금 상황은 마치 언덕 아래로 굴러가는 눈덩이와 같다”며 “눈덩이가 산 아래에 다다를 때까지 얼마나 커질지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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