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차 사려면 내년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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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품귀 현상으로 원하는 사양의 차종을 구입하지 못하게 되자 차선의 차량을 구입하는‘대안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

반도체 부족에 차량 생산 타격, 딜러 매물 부족

“원하는 신차가 없어 생각하지 않았던 차종으로 바꿔 사고 말았다.” 한인 박모(43)씨는 푸념했다. 박씨가 애초 구매하려던 차종은 기아의 텔루라이드였다. 하지만 텔루라이드 신차 재고가 부족한데다 가격도 평소에 비해 1만8,000달러까지 치솟아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박씨는 “원하는 사양의 텔루라이드는 언제 딜러십에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대안 차종으로 변경했다”며 “결국 가격대가 조금 낮은 토요타 시에나를 구입했지만 이것도 평소보다 1만2,000달러나 비싸게 주고 구매했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반도체 부족 여파로 빚어진 신차 부족 사태가 진정되기는 커녕 물류난이 더해지면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딜러십마다 신차 재고가 부족하다 보니 제때 원하는 차종을 구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진 데다 중고차 가격도 급등해 원하지 않는 차종으로 변경해 구입하는 일들이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차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차 구매 수요는 줄지 않고 있어 원하는 사양의 신차 구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 한인 딜러는 “지난 3월에 비해 현재 신차 부족 사태가 더 악화된 상황”이라며 “신자 재고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신차 생산이 크게 줄어든 데다 물류 정체 현상 여파로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신차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한인 딜러는 “예전엔 한달에 100~200대 정도의 신차가 딜러십에 도착했지만 지금은 한달에 고작 6~7대에 불과한데다 신차 구매 수요가 많다 보니 1~2일 사이에 판매된다”며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원하는 사양의 신차를 구입하려면 내년에나 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신차 부족 사태는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게 한인 딜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서 신차 품귀 현상이 빚어졌지만 반도체 칩 수요가 많은 전기 자동차 수요가 줄지 않고 있고 물류 정체에 따른 공급난까지 겹쳐지는 악순환 구조 때문이다. 내년 말까지 신차 품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차 부족에 비해 구매 수요는 줄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원하는 신차 대신 다른 차종이나 브랜드를 구입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SUV 등 인기 차종의 신차가 부족해지면서 신차 구매자들이 대안 차종이나 브랜드를 구입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 인기 SUV 차종의 신차가 부족해지면서 미국 내 엘란트라나 소나타 등 세단 판매량이 52% 증가한 반면 SUV 판매량은 40% 상승하는데 그쳤다. 기아도 텔루라이드의 품귀로 SUV 구매 수요가 K5나 포르테(Forte) 등 세단 구매로 전환되는 율이 높아졌다.

원하는 신차를 제때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자동차 구매 관련 비용 지출도 줄어들었다.

NYT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내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개인 소비 지출이 17.6%나 급감했다. 신차 생산이 급감하면서 품귀 현상 때문에 팔 차가 부족한 것이 자동차 관련 비용 지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푸엔테스 힐 현대의 찰리 정 매니저는 “최근 들어 리스 차량을 반납하지 않고 구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신차 부족 때문”이라며 “지금 꼭 신차를 사야 한다면 원하는 차종이 없다는 사실과 함께 치솟은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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