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斷腸之哀(단장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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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문인회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 즉 애가 끓다. 의뜻입니다. 이 말은 약2,300년 전 진(秦)나라 제국의 대장(大將) 환온(桓溫)이 양자강(楊子江)을 거슬러, 촉(蜀) 땅의 성한을 공격하였는데, <환온>의 군대가 도성아래에 이르자 성한제국(成漢帝國)의 군대는 맹렬히 저항하였다. 화살이 <환온>이 타고 있는 말(馬)앞까지 쏟아지자, 장군은 서둘러 퇴각(退却)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런데 북을 치는 병사가 장군의 명령을 잘못 알아듣고는 진격하라는 북을 미친 듯이 울렸다. 그 북소리를 듣고 병사들은 온 힘을 다해 맹렬하게 공격하여 마침내 성(城)을 함락하였다. 성한제국은 어처구니없는 북치는 한 병사의 실수로 멸망을 당한 것인데, <환온>이 성한제국을 정벌하기위해 여러 척의 군선(軍船)에 군사들을 싣고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중류쯤에 삼협(三峽)이라는 폭이 좁고 물살은 험난하기로 이름난 세 개의 협곡(峽谷)이 있다. 이곳을 통과할 무렵, 배에 타고 있던 병사 하나가, 마침 벼랑 아래로 늘어진 덩굴줄기에 매달려 장난을 치고 있는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사로잡았다. 이것을 본 어미원숭이가 큰 소리로 슬피 울면서 배가 가는 방향을 따라 며칠 동안 수백리길을 쉬지도 않고 쫓아왔다. 마침내 배가 강(江)기슭에 닿았을 때 어미 원숭이는 재빨리 자기 새끼가 있는 배로 펄쩍 뛰어올랐으나, 몹시 고통스러워하며 자기 새끼에게 가지도 못하고 비통(悲痛)한 울음소리를 지르며,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 애절(哀切)하게 울부짖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던 병사들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았더니 애통한 슬픔을 못 견딘 듯,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사령관인 <환온>은 크게 노(怒)하며, ‘비록 짐승이라 할지라도 모정(母情)이 그토록 지극(至極)한 것이거늘, 한낱 장난을 즐기려고 어미와 자식을 무참히 갈라놓다니!’ <환온>은 새끼원숭이를 즉시 풀어주고 포획한 병사를 매질로 벌하고 쫓아내어 버렸다. 그리고 죽은 어미원숭이를 후하게 장사지내주고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처럼 ‘단장지애’(斷腸之哀)는 가장 비참(悲慘)하고 견디기 힘든 슬픔과 고통을 나타내는 말인데, ‘斷腸’(단장)은 창자가 끊어 진다의 뜻이고, ‘哀’(슬플 애)는 口(입)와 衣(옷의) 합자로 참을 수 없는 슬픔으로 입으로 자기 옷을 찢는다. 는 뜻입니다. 어미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모원단장’(母猿斷腸)이라고도 합니다. 부모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하여,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아픔이 바로 자식을 잃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다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현대 의학에서도 심한 고통이나 협박을 받으면 단순한 심장마비가 아니라, 심장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창자가 끊어진다고 발표 했습니다. 우리 민요에 ‘단장(斷腸)의 미아리 고개’ 라는 가요가 있습니다. 공산당에 철사 줄로 꽁꽁 묶이고 총칼로 위협받으며, 쩔뚝거리며 북으로 끌려가는 자신의 남편을 보며 몸부림치는 부인의 심장과 창자는 아마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 단장지애를 울며 노래합니다. 살기 좋은 사회란 한마디로 단장의 슬픔이 없는 세상이며,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거창한 장밋빛 청사진보다도 단장의 슬픔이 없는 세상을 백성은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