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푸틴-마크롱 마주앉은 5m 탁자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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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미터가 넘는 긴 탁자의 끝에 앉아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시소 타도 되겠네” 온라인 풍자 만발
“푸틴의 권력과시 위한 정치적 의도”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이란 분석도

“테이블에 올라가 시소 놀이를 해도 될 것 같다”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후 이들이 앉았던 탁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안보 위기 해법을 논의했다.

가로 길이가 약 5m에 달하는 범상치 않은 탁자 모양에 누리꾼들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서로 목소리도 안 들렸겠다’며 탁자를 풍자하는 수많은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행동, 재미있는 사진 등)을 만들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사진을 합성해 탁자를 아이스링크에 비유하거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예수와 제자들을 두 대통령 사이에 끼워넣기도 했다. 그만큼 푸틴-마크롱 두 정상의 물리적 거리가 멀었다는 의미다.

회담장에 특이한 탁자를 배치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 과시’ 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5m나 되는 탁자를 굳이 회담에 이용한 건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세계 지도자들은 종종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기 위해 인테리어를 이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가에 놓은 사진들을 통해 권력 의지를 강조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고급 소파와 책장을 이용해 분위기를 완화했다.

같은 맥락에서 푸틴 대통령도 안방으로 찾아온 마크롱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가 흐보스투노바 현대 러시아연구소 소장은 탁자를 이용한 의도적 거리두기가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미묘한 트롤링(일부러 타인을 도발하는 행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국 인디펜던스에 “푸틴이 ‘보스’라는 걸 보여줘 마크롱을 불편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며 “동시에 푸틴의 지지자들에게 그가 우위에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해석했다.

정치적 의도 없이 현재 69세인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리를 뒀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고령의 푸틴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런 자리 배치가 나왔다는 얘기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을 위해 그간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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