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면 전기요금 더 내?”…주정부 개편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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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소득 기준 차등 적용 “전기 아껴도 더 내야” 불만

캘리포니아주가 앞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LA 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남가주 에디슨(SEC)을 비롯, 샌디에고 개스&일렉트릭(SDG&E)과 퍼시픽 개스&일렉트릭(PG&E) 등 가주 내 주요 전력사들은 지난해 발효된 전기요금 관련 주법(AB 205)에 따라 새로운 전기 요금 부과 기준을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에 제안하고 있다.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어떤 안을 채택할지에 따라 연 소득 18만달러 이상 가구는 연간 평균 많게는 1,000달러에 육박하는 전기요금을 추가로 낼 수도 있다. 반면 저소득 가구의 경우 연간 평균 300달러 정도를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주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노후화된 전선으로 인한 산불 위험이 증가하면서 주요 발전 시설 개선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치솟기 시작해 소매 전기 요금이 미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하는 1㎾h(킬로와트시)당 20센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전기요금은 가주가 전기 이용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했고, 주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바로 이번 전기요금 개편 법안이었다.

새 법안은 모든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고정 요금과 사용량에 따라 지불하는 변동 요금으로 나뉘는데, 문제는 산불 대응과 전력망 개선 등 비용이 포함되는 고정 요금이다. 전력사들은 4개 소득 기준으로 전력요금 차등화를 제안하고 있다.

전력사들이 제안한 부과 안을 보면 연 소득 2만8,000달러 이하는 전력사에 따라 월 15~24달러만 내면 된다. 연소득이 2만8,000달러 이상, 6만9,000달러 미만인 중저소득층 가구는 월 20~34달러를, 연소득이 6만9,000달러 이상에서 18만달러 미만인 중상층 가구의 경우 월 51~73달러를 내게 된다. 반면 연소득이 18만달러 이상인 최상층 소득 가구는 매월 월 적게는 85달러에서 많게는 128달러의 고정 요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연동 전기요금을 지지하는 측은 전기요금이 생활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저소득 가구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이같은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에너지 효율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주민 로널드 도슨은 “이러한 제안은 (전력) 보존을 방해한다”며 “에어컨 없이 생활하면서 전기를 아끼거나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매달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위원회에 의견을 냈다.

WP는 에너지 효율 개선에 신경 써왔던 고소득 주민들은 높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저소득 주민들은 효율 개선 기회가 없어 결과적으로 ‘전기화’(electrification)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화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택이나 차량 등의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 공공요금 전문가 짐 라자르는 소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전체 자산 규모가 왜곡되기 쉽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CPUC는 가주세무국(FTB)과 연방 국세청(IRS) 등 세무당국과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소득 정보를 제공하고 증명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득 주민들이 아예 전력망을 이탈해버릴 수 있다거나 산불 대응 비용 등은 전기요금이 아닌 세금에 포함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WP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는 2024년 7월까지 소득 연동 전기요금을 확정하고 2025년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