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험료 감당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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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홍수 피해 커버 고스란히 가입자 몫

▶ 금년 20% 이상 올려

노스리지에 주택을 갖고 있는 한모씨는 수년째 급등한 주택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험 해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씨는 “2017년만해도 1년 보험료가 1,000달러 남짓했는데 지금은 1,500달러가 훌쩍 넘었다”며 “주택보험과 함께 들고 있는 자동차 보험료까지 합하면 지금 수입으로는 감당이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한인 보험업계에 따르면 스테이트팜과 올스테이트가 캘리포니아에서 주택보험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파머스도 제한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솟는 주택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보험해지를 고려하거나 문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평균 주택보험료는 2017년 연 1,070달러에서 2021년 1,190달러로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2022년에는 1,460달러로 급등했다. 5년 사이에 보험료가 36.4% 인상된 셈이다.

산불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유난히 기승을 부린 올해들어 미 전국적으로 주택보험료는 20% 이상 껑충 뛰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남가주의 경우 인상폭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나날이 보험료가 급등하는 까닭은 각종 자연재해 발생으로 보험사들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에서 철수를 공식 선언한 올스테이트의 경우 2분기 손실액은 25억 달러에 달했다.

보험료 급등은 저소득층 주택 소유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보험정보기구(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에 따르면 집을 갖고 있는 미국인의 13%가 주택보험 없이 버티고 있으며, 무보험자의 절반 가량은 연소득이 4만 달러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진철희 캘코보험 대표는 “한인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데 주택 소유주가 보험을 임의로 중단하면 은행이 저당권 보호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뒤 강제적으로 집주인에게 비싼 보험료를 전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몇달치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사에 의해 주택보험이 중단되는 경우다. 예전에는 정해진 유예기간(grace period) 동안에 밀린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다시 보험효력이 재개됐지만 요즘에는 보험료 미납과 동시에 강제로 보험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주택보험이 강제 해지된 소유주가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많은 보험사들이 신규 가입을 중단했거나 제한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철희 대표는 “스테이트팜과 올스테이트, 파머스 외에도 리버티뮤추얼 계열의 세이코, 오리건 뮤추얼, 가드, 네이션와이드 등 많은 보험사들이 사실상 캘리포니아에서 신규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중병에 걸릴 경우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큰 낭패를 보듯 자연재해로 집이 손실되면 주택보험이 없는 소유주들이 엄청난 재정적 피해를 입게 된다고 경고한다.

파머스의 진윤철 에이전트는 “화재와 홍수 등 8가지 손실만 기본적으로 커버하는(basic coverage) 주택보험이 보험을 아예 갖고 있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험료 부담으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운영하는 페어플랜(Fair Plan)에 반드시 가입해 이같은 기본적인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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