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간다더니…” 원·달러 환율 상승세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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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현재 1,330.6원 마감, 연준 긴축 장기화에 한국 수출 부진 영향

▶ 업계·관광객엔 긍정적

올해 하락 전망이 많았던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한국의 수출 부진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강달러 가능성이 커진만큼 한인 비지니스 업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8원이나 상승한 1,330.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원화 가치와 동조화가 큰 위안화 환율이 중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으로 상승하면서 동반 약세 흐름을 보였다. 개장 초만에도 1,320원대에서 움직였지만 중국 PMI가 51.8로 전월(54.1) 대비 하락하게 나오자 올라간 것이다.

환율 종가가 1,330원 위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8월 23일 이후 9거래일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주목할 점은 원·달러 환율이 연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에 13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서 1,442.2원(10월25일)으로 고점을 형성한 바 있다. 이후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하락 전환해 작년 연말에는 1,200원대 후반까지 밀리면서 올해에도 지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9월인 지금을 살펴보면 1,300원을 훌쩍 넘기면서 다시 올라가는 흐름이 출현한 상황이다.

환율에 반전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꼽힌다. 현재 FRB의 기준 금리는 22년 만의 최고치인 5.25~5.50%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연준은 향후 인플레이션에 개선이 없을 경우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이 경우 달러 강세 흐름은 더 강해질 수 있으며 원·달러 환율 역시 한 층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19~20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여는 것에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수출 부진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외 무역 중심의 한국 경제는 본질적으로 높은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 활성화로 인한 무역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8월까지 한국은 무려 11개월 연속 전년 대비 부진한 수출 실적을 기록하면서 무역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 중간재 생산에 특화된 한국이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불황에 맞물려 좀처럼 수출 활성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원·달러 상승(달러 강세)이 전반적으로 반가운 상황이다. 달러로 한국 상품을 사와서 미국에 파는 무역업체들이 많은데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전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업체들의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면 지금이 적절한 물건 구매 타이밍일 수 있다.

관광 업계의 경우에도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갈 때 더 부담 없이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달러 강세로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원하로 사용하거나 미국 발행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때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부정적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의 수요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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