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역습 ‘보험료’… 고용주·노동자 모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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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6.5% 상승 예상, 의료서비스 비싸진 탓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보험료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의 역습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업주들이 부담하는 직원 건강 보험료도 오르는 상황인데 한인 비지니스 오너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 머서와 윌리스타워왓슨이 공동 조사한 최근 조사에서 내년 고용주가 부담하는 건강 보험료가 약 6.5% 오를 거으로 전망됐다. 이는 두 회사 집계에서 연간 인상률이 6.8%로 가장 높았던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고용주가 부담하는 건강 보험료 인상률은 팬데믹 이후 2021년 5.6%, 2022년 5.0%, 2023년 6% 등 지속적으로 큰 폭 상승 중인데 올해 유독 더 올라간 것이다.

인상률이 올라가면서 사업주가 직원들을 위해 지급하는 연간 평균 건강보험료도 올라갔다. 머서와 윌리스타워왓슨에 따르면 올해 기준 고용주가 지불하는 직원 1인당 연간 평균 건강보험료는 무려 1만4,600달러에 달했다. 1인 기준으로는 중고차 한대 가격, 2인이면 웬만한 신차 가격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WSJ는 “보험료가 비싸진 탓에 고용주는 추가 비용을 들여 신규 고용을 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아플 때 필요한 치료를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 보험료의 가파른 인상은 의료 비용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세계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의사·간호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고 병원들이 잇따라 비용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아픈 환자를 위해 병원 비용 대부분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들은 지불 금액 증가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게 된 것이다. 특히 의료 보험료의 경우 보험사와 병원의 관련 비용 계약이 연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화되는 현재 국면으로 인상이 다소 늦춰졌다.

올라간 보험료는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고용주들이 베네핏 차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보험의 수준을 낮추거나 일부 비용 지불을 직원들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에서 직원들이 보험료 일부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주류 기업들 중에서 곧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미디어 광고 회사인 벤치독스(Bench Dogs)는 지난 7월 1일 직원 건강보험을 갱신했는데 보험료가 24% 올랐다고 발표했다. 당시 벤치독스는 현재 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직원 보험료의 비율 80%를 당장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향후 보험료가 더 오르면 직원들이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인 은행 업계의 경우 주류 금융기관들보다 회사가 제공하는 건강 보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 받는데 올라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이를 행원들에게 떠넘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인 업계에서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가족의 의료 보험을 회사를 통해서 단체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 경우 올라간 보험료가 더 크게 부담스럽다.

또한 향후 한인 비지니스 업계에도 경기 둔화 우려가 나타나 대량 해고가 발생하면 직장을 잃고 의료 보험 역시 상실하는 일도 나타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