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은행권 정기예금… 올해부터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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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 25만 이하 예금 1분기 고점 이후 하락

한인 은행권의 정기 예금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둔화로 고객들의 인출 수요가 커졌고 주류 은행 대비 이자율 경쟁력이 떨어진 여파로 분석된다. 예금고 부족은 향후 영업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13일 연방금융기관검사위원회(FFEIC)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남가주 6개 한인 은행들(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뱅크, 오픈뱅크, CBB 뱅크, US 메트로 은행)의 25만달러 이상 정기 예금(Time deposit)은 50억7,23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2분기(51억2,815만달러) 대비 1.1% 감소한 것이다. 25만달러 이상 정기 예금은 올해 들어 1분기 51억6,683만달러로 고점을 찍고 연중 지속 하락 중이다. 25만달러 이상 정기 예금은 최악의 경우 은행이 파산했을 때 FDIC가 보험을 통해 초과분의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25만달러 이하의 비교적 소액인 정기 예금 역시 같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FFEIC에 따르면 한인 은행들의 해당 정기 예금 총액은 74억3,021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2분기 76억3,827만달러 대비 2.7% 감소한 것이다. 25만달러 이하 정기 예금은 최악의 경우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FDIC가 보험을 통해 초과분의 지급을 보장한다.

정기 예금이 줄어든 것은 경쟁력 약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말인 3월 초 실리콘밸리(SVB) 은행이 파산하면서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예금고 감소가 나타났는데 한인은행들 역시 영향을 받았다. 로컬 커뮤니티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객들이 돈을 인출해 ‘빅4’(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 같은 대형 메이저 은행에 예치를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BC와 인터뷰한 글로벌투자자문사 CFRA의 알렉산더 요쿰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은행들은 예금 인출 압박을 별로 받지 않았지만 중소 지역은행들은 해당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순이자마진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뱅킹을 중심으로 고금리 이자를 주는 은행들의 등장도 악재가 됐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연이자율(APY)이 5%를 훌쩍 넘는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세이빙 계좌 상품이 출시돼 한인은행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고금리 이자를 누리기 위해 한인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다른 은행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다. 한인은행들 역시 작년부터 이자율을 올리면서 고객 지키기에 나섰지만 모든 고객들을 지키키에는 힘든 게 사실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그러나 한인들이 여전히 예금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인 은행들의 정기 예금 비율은 주류 은행에 비해서는 높다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뚜렷해지는 경기 둔화도 한인은행 정기 예금 감소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유 자금이 있어야 돈을 은행에 맞기는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예금을 인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기 예금 흐름을 살펴보면 25만달러 이하의 비교적 소액 예금의 감소폭이 고액 예금보다 컸는데 이는 높은 물가에 지친 서민들이 은행에 모아 놓은 비상금을 인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