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업 부채규모 1조달러…일 대출기업 도산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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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 만기·고금리에 기업들 시들

▶ 미·유럽, 자금 확보 비상…2025년 유럽 부채 만기 3배↑, 저금리때 약정…재융자 비용 상승
일 중소기업 파산 도미노, 무이자·무담보 3년 기한 종료…올 7월·내년 4월에 만기 몰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기업들에 대출·채권 만기 압박이 더해지며 재무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각 기업이 속한 국가의 통화·금리정책과 맞물려 심화하는 모습이다.

◇일, 대출 상환 만기에 줄도산=12일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올 1~11월 일본 내 기업 도산 건수는 총 7880건으로 올해 말 총 수치는 4년 만에 8000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6030건, 6428건이었던 수치는 올해 코로나19 기간 도입했던 중소기업용 실질 무이자·무담보 대출인 일명 ‘제로·제로 대출’의 상환이 잇따르면서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의 파산 신청으로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팬데믹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담보가 없어도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도 3년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제로·제로 대출을 도입·실시했다. 제로·제로 대출을 통해 정부계 금융기관에서 약 20조 엔(112만 건), 2021년 3월까지 민간 금융기관에서 23조 엔(137만 건)의 자금이 집행됐다.

문제는 올 7월부터 약 5만 개 업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환이 시작됐지만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팬데믹 시기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출 계약 당시 원금 상환 개시를 이자 면제 기간과 같은 3년으로 설정한 기업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올 7월과 내년 4월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원금 상환 부담을 견딜 수 없는 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1~11월 제로·제로 대출 이용 기업의 도산 건수는 58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했다. 특히 해외에서 부품과 원재료를 매입하는 기업들의 경우 올 한해 미국·일본 금리 차에 따른 엔저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해 압박이 더욱 컸다. 도쿄상공리서치는 “과잉 채무 해소가 늦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산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미·유럽, 고금리에 자금 부담 가중=대출·채권 만기 임박에 압박을 느끼기는 미국·유럽도 마찬가지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 기업이 저금리 시절 발행한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영국 컨설팅 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5년 만기를 맞는 미국 기업부채 규모는 약 1조 달러(약 1317조 원)로 현재의 2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로존 기업부채는 3배 늘어 2025년 4000억 달러(약 5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자금을 확보하고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려 통상 채권 만기 1년 전부터 신규 채권 발행에 나서는데 미국과 유럽의 금리 수준이 약정 당시와 비교해 크게 뛰면서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커티스 듀베이 미국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전 (저금리에) 대출을 받았던 기업들은 이제 더 높은 재융자 금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채무 재융자 비용은 최근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채의 평균 수익률에서 미상환 부채 금리를 뺀 값이 클수록 재융자 비용이 높다는 의미로, 이 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3월까지 줄곧 마이너스였다가 이후 플러스로 전환해 이달 7일 1.269%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부동산 대출을 받은 가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돌입할 때까지 기업과 가계가 차환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주희·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