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머리염색 그만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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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삼(전 주립병원 정신과의사/시카고)

 

“야아 난 웬 백발노인인가 했다,”  칠십 중반을 막 넘어 섯으니 노인장의 시간적 일반정의를 충족시키고도 남는데 친구들은 시끄럽다. 머리칼염색을 그만두기로 작정한지 서너달이 지난뒤 였으리라.  ” 센 하나비 다아 됐구나 !”  나는 모르는체 딴청을 부린다.  ” 메라구 하는디 ?”   이미 사십대 초반부터 상당량의 새치 출현으로 불현듯 이르게 머리칼염색을 시작한지도 삼십년이 넘었다. “야아 십년은 더 젊어보인다.”   머리칼염색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거울앞에서 늘 아내에게 노래를 불렀다.  아내는 매번, ” 당신 정말 멋지다.” 윙크를 해 보였다. 넉달 전인가 이제는  머리칼염색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심중을 발설하자 아내는 그래서야 쓰겠는가 손사래를 쳤다.

한국 텔레비전 방송으로  우리고장 토속음식자랑 쯤 되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일이 있다.   동네 아줌마 할머님들은 전국방영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듯 비슷비슷 손질한  지방미용실 헤어스타일을 뽐내며 즐거워 보였다.  한결같이 진한 검정색( rich black ) 두발염색을 하신 아주머니와 할머님들의 나르는듯 재빠른 움직임이 정지( 부엌 )에 흘러넘친다.  분명히 조금 지나친 검정색 머리칼염색 치장도 별 문제가 없는듯  기쁨과 떠들썩 눈웃음으로 가득한 나이드신 어머님들의 모습. 사바타 도요 할머니시인은 말씀하신다.”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연령고하를 불구하고 칭찬받고 사랑을 받고싶은 여인의 바램은 숫제 아름다운 본능적 욕망이랄 수 있겠다. ‘머릿결이 비단처럼 곱습니다.’ 칠흑같은 머리칼은 아름다움과 젊음의 상징이겠다.

무슨 국정농단 몇차 청문회라던가 ? 얼추 적지않은 연세가 분명한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의 믿기어렵도록 검은머리칼. 잘 손질된 두발염색으로 날아갈듯 자신감 넘치는 선량들의 이실직고를 요구하는 고함에 가까운 질의응답도 검은 두발염색 덕분으로 더욱더 활기를 띤다.     개신교 장노님이 되어 교회일을 섬기는 지인 한분은 고백한다. ” 이발소에 들려 머리도 깎고, 물감도 드렸더니 한결 근사해졌는데 날 포함 교회합창단 전원이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되었지, 살맛난다야, 머리칼염색을 하니낀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이 더욱더 예뻐보인다.”

아내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호들갑스럽다. “아유 은발이 훨씬 좋으시네요.”  그러나 아무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그 까닭을 피력하기 주저한다.  검정물감을 들인 흑발은 마치 편안하지 않은 먹물처럼  새깜한데 피할 수없는 모발의 소위 개털화( ?)현상은 치명적인 지저분함을 이르킨다.  윤기를잃은 물감들인 머리털은 숯검댕이로 볼성사나워진 임춘앵국극단 단역배우 옆모습처럼 변모하기 십상이다.

최근 무슨 스포츠 메디신인가 하는 잡지에서 두발염색제를 직업적으로 다루는 헤어드렛서( hairdresser )와 조기( early-onset ) 치매,알츠하이머병,운동신경계 질환의 무시할 수없는 발생빈도에 관한 글을 읽었다. hairdresser의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일반인구에 비하여 23-32 % 높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NHF( National Hairdresser’s Federation )의 사무총장 Ray Seymour는 즉각적으로 직업미용사와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부정한다.

두발염색제는 5000여종의 화학물질로 구성되며 발암성은 물론 알츠하아머병을 일으킬 수있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신경독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은 머리칼을 갖고싶은 인간의 욕망은 이미 1,500 B.C.경 두발염색 방법을 고안했다 한다. 늦게까지 검은두발을 휘날리고픈 인간의 소망은 어느 특정한 시대에 국한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머리칼 검게 물들이고 폴튜걸의 사월(April in Portugal)을 휘파람불며 아내와 Botanic Garden의 꽃길을 걷는 그림을 접어야 할 시절이 되었다. 빠이빠이 머리칼 염색약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