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의 악몽 재현되나’ 한인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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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LA 도심에서 벌어진 흑인 사망 항의시위는 수천명이 모여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듯하더니 폭동 양상으로 순식간에 비화됐다. 이날 페어팩스 애비뉴와 베벌리 블러버드 교차로를 점거한 시위대 일부가 경찰차에 올라가 발을 구르고 스케이트보드로 내려치며 폭력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욕타임스]
지난달 31일 LA 한인타운 8가와 옥스포드 샤핑몰 내 한 업소의 전면 유리창이 약탈범들에 의해 모두 파손된 가운데 업소 관계자들이 이를 치우고 있다.[박상혁 기자]

일부 폭도 한인타운 몰려
유리창 깨고 물품 훔쳐
타운 20여개 업소 피해

<LA> 미네소타주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지난달 30일 LA 도심에서 약탈과 방화 등 폭동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LA 한인타운의 한인 업주들과 주민들이 28년 전 LA 폭동 때와 같은 피해를 우려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부터 주말 이틀간 LA시 전역에 극심한 폭력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페어팩스와 멜로즈 지역 및 베벌리힐스를 휩쓴 시위대가 이 기간 한인타운 지역에는 시위대가 직접 몰려오지는 않았지만 주말 밤 사이에 일부 폭도들이 심야 시간 웨스턴가를 중심으로 한인타운을 돌며 약탈과 기물파손 행위를 벌여 한인타운 내 업소 20여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31일 8가와 옥스포드 코너의 한인 업소 밀집 샤핑몰에서는 셀폰 업소와 마사지샵, 전자담배샵, 리커스토어, 치킨집 등 5곳의 업소들이 업소 유리창과 출입문이 파손되고 물품을 약탈당하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

샤핑몰 경비 담당자에 따르면 이날 0시30분께 젊은 흑인 20여 명이 몰 안으로 몰려와 경비실 안에 있던 한인 경비원을 협박한 뒤 업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구방망이 등으로 창문을 부수고 약탈을 시도했다. 당시 경비원이 재빨리 경찰에 신고해 순찰자들이 출동하자 폭도들이 도주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 샤핑몰 1층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허영이씨는 “다행히도 가게 창문 한 쪽만 깨졌고 안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어 아무도 침입하지는 못했다”며 “이런 일을 예상해서 미리 준비를 했지만, 앞으로 폭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밤 코리아타운 플라자 샤핑몰의 웨스턴가 쪽 출입문이 폭도들의 약탈 시도로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고, 웨스턴과 윌셔 교차로의 솔레어 주상복합 1층에 있는 버라이즌 매장도 유리가 깨지는 등 피해가 났다. 이곳에서 한 블럭 떨어진 웨스턴과 6가 코너의 샤핑몰 내 티모빌 업소와 전자담배 판매 업소도 유리창과 출입문이 깨지고 셀폰 제품 등이 털리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한인타운 지역의 CVS와 월그린 등 대형 약국 체인 매장들은 업소 유리문을 모두 나무 판자들로 막고 추가 약탈 등의 피해 방지에 나섰으며 많은 한인 업소들도 아예 문을 닫고 철시를 하거나 약탈에 대비하는 등 비상대처에 나서고 있다. LA 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는 현재 한인타운 내 곳곳의 순찰을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셔와 웨스턴 교차로의 건물 관리 관계자는 “폭동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전날 밤 파킹장 보안을 강화시키고 몰 내 출입문 3곳을 폐쇄시키고, 평소보다 가드 인력을 3배 늘리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며 “또 다시 시위대가 한인타운으로 올 수도 있어 걱정된다. 경찰과 주방위군이 투입돼 지난 LA폭동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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