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개띠 한인들의 새해소망 ①
1922년생 최고령 개띠 한인 김순례 할머니
“이 나이에 하고 잡은 게 뭐가 있간디. 일어나서 밥 먹고, 성경책 보고, 테레비보다, 가족들 기다릴 겸 방 여기저기 운동삼아 걷다보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읍어~ 얼매나 감사한지 몰러.”
올해로 96세 개띠 해를 맞은 김순례 할머니는 1922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 4.19혁명, 5.16 군사정변, 광주민주화운동 등 온갖 한국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다 겪은 산증인이다.
“내 나이 14살 무렵 15살이상 소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갔는데 나는 1살 어려서 안갈 수 있었지만 동네에 15살 이상 딸 둔 집안들은 딸들을 지키기 위해 나이가 차자마자 정약 결혼시키기도했지. 일본놈들 얼마나 악하게 굴었는지 몰러. 그리고 8월15일날 해방됐을 당시 황해도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두 손 걷어붙이고 춤추고, 만세부르고 아주 난리였어. 그리고 얼마후 6.25전쟁이 터져서 피난나왔지. 내 둘째딸은 당시에 너무 어려서 같이 가면 다 죽는다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과 함께 황해도에 두고 나왔는데 분단이 돼버렸네. 내 딸이 살아있다면 올해 73살일텐데…”
김 할머니는 “양학교가 있었는데 배우고 싶어서 갔다가 여자가 배운다고 밥이 나오냐며 야단맞고, 공부는 남자들만 하는 거라해서 그 이후 일평생 학교 문턱도 못가봤지. 어느 날 양학교에서 설날잔치한다고 초대해주어 갔더니 친구들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때 눈물이 정말 많이 났어”라고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일평생 글을 배우고 싶은 그녀의 소원은 아들, 딸이 믿기 시작한 하나님을 만나고부터 가능해졌다.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뒤늦게나마 글씨를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잘 쓰지는 못해도 감사하게도 다 읽을 수 있게 돼 매일 성경을 읽고 있다. 막상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되니 말씀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고 할머니는 고백한다.
이제 권사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슬하에 2남 4녀를 두었고 손주, 증손주는 총 44명을 둔 다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1985년 도미한 김순례 할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소원하는 것은 한결같다. 바로 자식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 자식들이 자나깨나 온 삶을 하나님 말씀으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님이 주시는 지혜와 힘과 능력, 믿음으로 살아가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단 1분도 놓치지 않고 감사해하며 기도의 용사로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홍다은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