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못 다핀 꽃들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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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홍다은 편집국 차장 

 

‘오늘도’ 반가운 친구들과 인사나누며 들어섰을 교실. ‘오늘도’ 배움이라는 기대를 갖고 시작했을 수업. 갑자기 들려오는 무차별적인 총소리. 공포에 떨며 학생들은 총성에 뒤엉켜 달아났다. 어떤 아이들은 숨죽인 채 공포의 시간을 견뎌야 했고, 어떤 아이들은 고통에 울부짖다 영면했다. 그리고 올해 20명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오늘’이라는 날이 사라진 그 순간, 학교는 꿈을 펼치기 위한 곳이 아닌, 꿈이 끝나버린 곳이 되어버렸고, 학교는 상상하기 힘든 처참한 살육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2018년이 시작된지 2개월만에 미국내 학교 캠퍼스 총기사건은 14개주에서 총 18건이 발생해 20명의 꽃같은 청춘들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1998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미국내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자살 시도 및 강도행위 총기사건 제외)중 학생이 용의자였던 사건은 총 221건에 달하며 293명이 사망했고 458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일리노이주에서도 같은 기간 10번의 캠퍼스내 총격사건이 일어나 8명이 죽고 31명이 다쳤다. 플로리다 총격사건의 범인은 불과 18세에 AR-15반자동소총을 합법적으로 구입했고, 1년 후 그 총으로 인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부족한 것인지…

헌법에 명시된 총기 소지의 자유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반드시 뭔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분명한 대책과 방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무장 교사를 대책으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총에는 총’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우선은 그동안 의회에 상정됐으나 무산된 총기규제법안만이라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 지금 미전역에서는 학생, 교원, 학부모, 주민들이 보다 강력한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집회와 시위를 연잇고 있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누구를 막론하고 아이들을 지키기위한 총기규제 강화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때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오늘’을 더 이상 살지 못한 꽃다운 청춘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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