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1919 기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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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주지(周知)하는 사실이거니와 1919년 기미년(己未年) 3월 일제강점기하의 종로 2가 탑골공원에서는 3.1만세운동이 5천여 학생들이 주동(主動)이 되어 터졌고, 이곳 시카고에서는 7월에 인종폭동(The Chicago Race Riot)이 발생, 38명이 숨졌고 520여명의 시카고 주민들이 다쳤고, 흑인 밀집지역의 주택 1,000여 채를 불태웠다. 시카고인종폭동의 취재기사를 발표한 작가는, 미국문단에서는 ‘시카고 시인’으로 알려진 Carl Sandburg(1878-1967)로 그는 시집 ‘Cornhuskers'(옥수수껍질을 까는 사럼들)로 1918년 Pulitzer Prize를 받았고, 링컨 자서전(Abraham Lincoln: The Prairie Year, 1926)으로도 또한 퓰리쳐상(賞)을 수상하였다. 칼 샌드버그는, 서민층의 삶을 노래하고 특히 시카고 노동자들의 저속한(vernacular) 언어(俗語)와 방언(idom)을 이해하기 쉬운 산문체 형태로 시작품을 발표하였다.

중요한 사실은, 1919년 기미년 탑골공원에서 3.1 만세운동이 일어났을 때 마침 근처 종로 YMCA 빌딩에서 호레이스 언더우드 부인과 John Bunyan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1678)을 번역하고 있던 17살의 강용흘(姜龍訖 Younghill Kang 1903-1972)이 길거리의 시끄러운 소리(騷音)에 구경나왔다가 일경(日警)에 잡혀 구금(拘禁)되었다는 사건이었다. 캐나다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곧 풀려난 강용흘은, 선진 문명과 문화를 습득하여 모국(母國) 독립과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으로 도미(渡美)하여 보스턴대학 의과에 입학하여 이학사(B.S.) 학위를 받고, 24살에 하바드대 교육대학원에서 문학석사(M.A.) 학위를 받았는데, 바로 이때 발상(發想)의 전환(轉換)(Paradigm Shift)이 일어나 한국인으로서 미주류사회에 문화적으로 공헌(貢獻,Contribution)할 수 있다는 신념하에 미국에 남아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동양(東洋)에 관한 항목(項目)을 기고(寄稿)하며, 뉴욕대학 비교문학과에서 동양철학과 문학을 강의하게 된다.  또한 이 무렵 명문(名門) 웨슬리언(Wesleyan)대 시인 Frances Keeley와 결혼한다. 그는 뉴욕에 거주하던 소설가 Thomas Wolfe와 퍼얼 벅(Pearl S. Buck)여사와 친교를 맺기도 한다. 1931년 그의 첫 장편소설 초당(草堂 The Grass Roof)이 뉴욕의 일류 출판사 Charles Scribner’s Sons 출판되어 구겐하임(Guggenheim Fellowships)재단의 펠로십 수상(受賞)으로 부인과 함께 유럽으로 6개월 간 여행을 떠난다. ‘초당’은 1966년 시카고의 Follett Publishing Co.에서 다시 출간된다.

나는 강용흘의 ‘초당’이 출간되던 1931년을 미주한인문학(The Korean American Literature)의 시발점으로 본다. 곧 이어 김용익(金用益 Kim Yong Ik, 1920-1995)의 소설집 ‘꽃신’(The Wedding Shoes)이 포함된 ‘Love in Winter’이 1956년 뉴욕의 Doubleday & Company에서 출간되고, 김은국(金恩國 Richard E. Kim 1932-2009)의 ‘순교자’(殉敎者 The Martred)가 뉴욕의 George Braziller에서 출판된다. 이효석(李孝石)의 ‘메밀꽃 필 무렵’과 이상(李霜)의 ‘날개’ 그리고 김동리(金東里)의 ‘무녀도’가 1936년에 발표된다. 그러니까 미주한인문학이 이들 초기 한국소설작품 보다 무려 5년이나 앞 선 셈이다.

미주한인문인협회가 나성 Los Angeles에서 1982년에 결성이 되고 시카고문인회가 1983년 창립되어 ‘시카고문학’ 창간호가 1996년 한국 김영삼 정부의 ‘문학의 해’에 뜻깊게 발간되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전통 문화와 역사를 미 주류사회 뿐만 아니라 한류(韓流 The Korean Cultural Wave)의 물결을 타고 지구촌 전역(全域)에 전파 형상화(形象化)하는 창작 작업이야말로 미주 동포문학인의 시대적 과제(課題)이며 사명(使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