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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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아버지’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로서 받는 존경심은 자식을 세상에 존재케 한 생명의 시여자(施與者)로서 자동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좋은 아버지’ 는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시카고트리뷴 지에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12가지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1.함께 있기 2.관여하기 3.모범적인 역할 모델 되기 4.애정 표현하기5.공평하기 6.신나게 놀아주기 7.존중하기 8.믿을 만한 모습 보이기 9.인내하기 10.지지해 주기 11.품위 지키기 12.술 취하지 않기. 이상 열 두가지의 조건들과 아버지 된 자로서 자신을 비교하여 볼 때 좋은 아버지가 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나쁜 아버지는 아닙니다. 숙명적으로 나쁜 아버지는 없습니다. 이 세상 아버지들 중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아버지들도 실수와 허물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아픔을 물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세대 차이로 인한 소통의 방법이 달랐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색했고 그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해는 우리의 영적인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말라기 선지자는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 곧 마지막 심판의 때를 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그가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버지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말4:5-6) 심판의 날을 대비하기 위하여 아버지는 그 마음을 자녀에게로, 자녀들은 그 마음을 아버지에게로 돌이키라는 것입니다. 돌이키라는 말의 의미는 문자적으로는 아버지와 자녀들의 마음이 회복되어 ‘화해’하고 ‘화목’하라는 의미로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하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먼저 그 마음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야 공감하여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지금 아버지의 마음을 다 이해하고 있습니까? 자녀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실 수 있습니까?

어느 책에서 읽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 가족의 아버지는 군인이었습니다. 그는 군인 출신 답게 항상 반듯하고 원칙에 철저했으며 대화하기 보다는 명령과 원칙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는 완전히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는 20대의 젊은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인생을 방탕하게 살아가는 아들을 아버지는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인생의 계획도, 의욕도 없어 보이는 아들 놈을 생각할 때 마다 아버지의 마음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끓어 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비장한 결심을 아니 무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밤 늦게까지 술을 먹고 들어와 늦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웁니다. 그리고 관사 뒷 편의 야산으로 아들을 데리고 갑니다. 산을 오르는 아버지의 허리춤에는 권총이 차여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결판을 내기로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인생 똑바로 살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산 중턱 쯤 너른 바위가 나타나자 아버지가 앉으며 아들에게 와서 앉으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산을 오르면서 아버지는 분노에 찼던 그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색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 가는 중 아들이 뜬금 없는 소리를 합니다. “아버지, 기분이 좋네요. 아버지랑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편안해 졌어요.” 그 소리에 아버지는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 해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아들하고 이렇게 마음을 나누어 대화한 적이 없었구나.’

말라기는 심판의 때가 오기전 아버지와 자녀들의 마음이 서로 돌이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먼저 그 마음을 돌이키라고 했습니까?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먼저 아버지들이 그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다가 오사 우리가 당하는 인간의 모든 질고를 경험하시고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우리를 위한 그분의 사랑을 확증 하셨던 것 처럼. 그분이 먼저 우리에게 그분의 마음을 돌이키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의 맘 다 안다. 얼마나 힘드느냐.” 하늘 아버지는 우리의 마음을 이해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하늘 아버지처럼 우리 자녀들에게로 먼저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