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독거노인들 ‘고독’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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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등으로 우울증 위험도 30% 높아···남성 노인 자살률 미 평균보다 높아

#한인타운 인근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여·79)씨는 “혼자 밥 먹는 것이 싫다”고 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독립한 지 15년 째인 박씨는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혼자 밥 먹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혼자 먹는 저녁은 더 그렇다. 식욕도 없어 가끔 저녁을 건너 띄기라도 하면 저혈당으로 힘든 밤을 지새기를 여러 번. 박씨는 “그렇다고 자식이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함께 살지 않다 보니 외로운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한인 독거 노인들은 외롭다. 혼자 사는 자유로움과 편함보다는 혼자라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늘어만 가는 나이보다 훨씬 더 서러운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미시간대학 부설 복지정책 및 혁신연구소가 전국 2,051명의 50~80살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층 4명 가운데 1명은 최소한 한동안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고립되었다고 느끼고 있으며 3명 중 1명은 정기적인 교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인 노인들이고 예외일 수는 없다. 많은 한인들이 평상시 양로보건센터나 종교 시설을 통해 사회 관계를 맺는 이들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한인 노인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홀로 사는 한인 노인들은 혼자 식사를 하는 소위 ‘혼밥’은 다반사가 되었다. 특히 혼밥하는 저녁 식사는 한인 노인들에게는 힘든 시간이다.

한인 독거 노인들에게 혼밥은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혼밥’을 하는 노인들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노인들보다 우울증 위험이 최대 30%나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한국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4,959명을 대상으로 가족과의 식사빈도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다.

스탠포드대와 UC 버클리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공동논문에 의하면 미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한인 남성 자살률은 10만명당 32.9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평균13.9명보다 훨씬 높다. 65세 이상 한인 여성의 경우는 10만명당 15.4명으로 남성에 비해서는 낮지만 다른 아시안 여성들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한인 독거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을 막으려면 정부의 노력이나 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인 독거 노인들의 외로움을 줄이려면 좀 더 근본적으로는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수다. 전화 안부나 방문, 정기적인 식사와 모임을 갖는 것이 독거 노인들에게 일종의 생명줄이 되는 셈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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