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정연설 치적으로 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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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연방하원의장(오른쪽)이 4일 의회 하원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왼쪽 아래)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던 연설문 원고를 찢고 있다.

악수거부당한 펠로시 하원의장 연설문 사본 찢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새해 맞이 국정연설을 했다. 지난해 국정 성과와 과오를 진단하고 향후 1년 간 정부 비전을 밝히는 게 신년 연설의 관례.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와 무역, 안보 등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는 데 78분을 썼다. 탄핵, 북핵 등 불편한 주제는 죄다 빠졌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겨냥한 정치적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대선을 9개월여 앞두고 국정 연설을 ‘재선 캠페인’ 수단으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국정연설에 나선 트럼프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사실상 부결이 결정된 상원 탄핵심판 표결을 하루 앞둔데다, 취임 후 최고 지지율(49%)을 달성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표정엔 자신감이 넘쳐났다. 공화당 의원들도 그가 하원 회의장에 입장하자 “4년 더”를 외치며 트럼프를 적극 반겼다. 그는 연설 주제부터 ‘위대한 미국의 귀환’으로 잡았다. 왜 위대한지는 “일자리는 호황이다. 소득도 급증했다. 반면, 빈곤과 범죄는 줄었고, 자신감은 치솟고 있다”는 주장으로 대신했다. 중국과의 1차 무역합의와 미ㆍ멕시코ㆍ캐나다협정(USMCA) 체결 등 경제 성과를 콕 집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에서 무너진 경제를 자신이 일으켜 세웠다는 자찬이었다.

외교ㆍ안보 관련 언급은 후순위로 밀렸다. 특히 지난 두 차례 국정연설과 달리 북한 문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북한’이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미 언론은 “북미대화가 정체되는 등 득표에 유리한 구석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란과 해외주둔 미군 분담금 문제 등 다른 안보 현안도 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달러 이상 분담금을 걷었다”면서 “우리는 마침내 동맹국들이 그들의 ‘공평한 몫’을 지불하도록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책 설명보다는 오히려 민주당과의 기 싸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 앞서 탄핵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악수를 청하자 매몰차게 외면했다. 이에 맞서 연설 내내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던 펠로시는 급기야 트럼프의 원고를 찢어버렸다.

트럼프는 연설 도중 “사회주의가 미국 의료보험을 망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발언도 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건 ‘메디케어 포 올(국가운영 단일건강보험)’을 사회주의 공약으로 치부하며 지지층 다잡기를 시도한 것이다. CNN방송은 “반항적인 쇼맨십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면 ‘위대한 정치 마법사’ 트럼프는 반드시 연임할 것”이라며 “현대 들어 가장 정치적인 국정연설이었다”고 비난했다.<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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