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려는 북한···경고 수위 높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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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뉴욕주 소재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과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연합]

북, 잇단 대남 비난·군사행동 시사
국무부 “최근 행보·성명에 시사 도발 피하고 외교·협력 돌아와야”
선거 이슈로 북핵 점화 의도 판단 트럼프등 경고발언 잇달아
북미관계 과거로 회귀평가 많아 “10월쯤 기습도발 가능성” 관측도

북한의 거듭되는 대남ㆍ대미 강경론에 미국도 경고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북미관계가 2년 전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행보와 성명들에 실망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한국 언론에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과 관여하는 노력에 있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은 북한이 외무성 대미 실무자를 앞세워 비핵화를 ‘개소리’라고 비난하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의 이탈 가능성을 암시한 데 이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듯한 담화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앞서 9일과 11일에도 북한 당국에 이례적으로 ‘실망’이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했던 미 국무부는 이번엔 실망의 배경이 북한의 ‘행보와 성명’임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도발을 피하라는 경고성 촉구까지 한 것이다.

크리스틴 리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이를 북한이 미국 대선 국면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정권은 선거의 해에 북한 문제가 미국의 최우선 외교정책 이슈로 재점화하기를 바라고 도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앞서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 등을 11월 미 대선을 겨냥한 ‘판 흔들기’로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뉴욕주(州)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을 두고도 북한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군의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특유의 과장법으로 자랑하면서 자국민이 위협받을 경우 즉각 행동에 나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간접화법을 통해 무력도발 자제를 촉구한 셈이다.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북미관계가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상당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가을쯤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 비핵화라는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 측면에서 우리는 어떤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면서 “정상 간 톱다운 외교 실패로 다음 대통령은 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게 됐다”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10월쯤 북한의 기습 도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 메시지가 국내의 혼란ㆍ위기 모면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급한 경제 재개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과 관련한 군 수뇌부와의 갈등 상황 등에서 “육사 졸업식 축사를 활용해 혼란의 한 페이지를 넘기려 한다”고 분석했다. 군 통수권자로서의 역할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이용한다는 비판이다.<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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