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구글은 내 정보를 어떻게 다 가져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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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들
클릭 한번으로 개인정보수집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를 잘 알까.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의문이다.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단번에 알아내 주변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추천하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딱 알아 맞혀 관련 광고를 보여준다. 마치 이용자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이 영업 비밀은 바로 이용자조차도 동의한지 몰랐던 데이터 수집에 있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 한국내 사업자들이 회원 가입시 필요한 개인정보들을 필수동의 항목과 선택동의 항목으로 나눠 수집하는 것과 달리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 사업자들은 한두 번의 클릭이면 충분한 포괄적 동의를 받고 있다. 위치 정보나 얼굴인식 정보같은 민감한 정보들도 포괄적동의라는 명목하에 기본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회원 가입 시 수집하는 정보를 구글 및 구글 플레이 서비스 약관 개인정보 처리방침 및 위치서비스 이용약관 등 단 2가지로 구분한 포괄적 동의를 받고 있다. 필수와 선택을 구분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이 2가지에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계정을 만들 수 없다. 심지어 구글은 이용약관 하단에 옵션 더보기라는 별도의 버튼을 만들고 구글에서 발생한 모든 활동기록, 개인맞춤형 광고표시, 유튜브 시청기록 등에 대한 정보 수집 여부를 동의로 기본 설정해 숨겨뒀다. 이용자가 해당 버튼을 클릭해서 동의 여부를 하나하나 해지하지 않는 이상 모든 정보가 자동 수집되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회원 가입시 서비스 약관, 데이터 정책, 위치 도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았다. 이용자들은 각각의 항목에 동의 여부를 체크할 필요없이 최종 동의 1번만 하면 된다. 이 단 1번의 동의로 페이스북은 이용자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는 사진촬영 장소나 날짜, 연락처나 위치관련 등에 대한 정보들이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얼굴인식과 관련된 데이터도 포괄적 동의하에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 게시글 등을 추천하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회원가입시 기본 동의 설정된 정보들에 대해 추후 별도의 설정을 통해 사용 환경을 맞춤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가 수고스럽게 설정에 들어가 정보 수집 해지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이용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정보가 수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정보를 여러 개로 구분해 수집하고 있다. 방통위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 정보만 수집하고 필수동의 항목과 선택동의 항목을 구분해 각각의 동의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이를 준수하는 네이버에서는 필수항목 2개, 선택 항목 2개, 카카오에서는 필수 항목 3개, 선택 항목 3개에 대한 동의여부를 체크해야한다. 그런데 한두번의 클릭이면 충분한 해외 서비스와 달리 여러 번 동의 여부를 체크하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국내 사업자들이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상은 포괄적 동의를 받고 있는 해외 사업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법적 효력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적 효력이 있다 해도 이를 해외 사업자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 구글의 ‘옵션 더보기’ 내 기본 동의설정에 대해 정부가 수년전 시정 권고를 했지만 구글은 해당 항목 개수를 줄였을 뿐 국내 사업자처럼 필수 선택 항목을 구분 짓지 않았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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