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울린 산불 비극 애견 안고 숨진 13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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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오리건주 이글포인트의 오벤체인 산불 현장에 온통 불에 타버린 차량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로이터]

오리건 불탄 차안서 할머니와 함께 발견
가주선 소아암 가족들 캠프도 잿더미로

남가주와 캘리포니아 전역을 비롯한 서부 해안 3개주를 휩쓸고 있는 동시다발 대형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까지 사망자가 최소 33명으로 늘고 안타까운 사연들도 속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집과 전 재산을 잃은 채 갈 곳 없는 처지가 된 상황에서 불길을 피해 차로 피신했던 10대 소년이 차 안에 개를 끌어안은 채 목숨을 잃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국을 울리고 있다.

오리건주 매리언카운티에서는 13살 소년과 이 소년의 할머니가 산불로 숨지고, 소년의 엄마는 중태에 빠지는 일가족의 비극이 알려진 가운데 특히 이름이 와이엇 토프티로 확인된 이 소년이 지난 8일 차 안에서 개를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CNN이 전했다.

가족은 토프티가 차 안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해 대피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프티의 71세 할머니도 불에 탄 다른 차 안에서 발견됐다. 할머니를 구하려던 토프티의 엄마는 목숨을 구했지만 전신 화상을 입고 위중한 상태다.

불길 속에서 아들과 아내, 장모를 찾으려 돌아다니던 토프티의 아빠는 집으로 걸어가고 있던 아내를 심한 화상 때문에 알아보지 못한 채 ‘아내와 아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당신 아내다”란 말에 그는 그제야 아내를 알아봤다고 한다.

유족들은 숨진 토프티에 대해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낚시를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비디오게임을 했다. 사랑스럽고 예의 바른 소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로 캘리포니아주 베리크릭에서는 소아암와 그 가족들을 위한 야영지 ‘캠프 오지쿠’가 산불로 파괴됐고, 또 곳곳에서 한밤중 잠을 자다 덮친 화마에 긴급히 몸만 빠져나와야 하는 등 급박했던 사연들도 속속 전해졌다.

캘리포니아 빅크릭에 살던 토비 웨이트는 ‘크릭 파이어’로 집을 잃었다. 웨이트는 “우리는 이제 유목민이다. 우리는 더플백을 챙겨왔고, 너무 오래 머물러 사람들이 싫어하게 되면 다음 집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 그레이엄에 살던 대럴 허드도 산불에 집을 잃었다. 그는 지난 7일 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대럴은 “그가 문을 잡아당기며 도망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약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5분 뒤 나는 밖으로 나왔고 산불이 나무들 사이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럴은 다행히 불길을 피했지만 그의 집은 돌무더기로 변했다. 그는 “저 돌무더기 어딘가에 우리 어머니의 반지가 있다. 그게 내 가슴을 찢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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