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누던 ‘콩’ 수입 시진핑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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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후이성의 한 농장에서 대두를 장비에 싣고 있다.[차이나데일리]

무역전쟁 미 흔들던 지렛대
만성부족 현상 갈수록 심화
‘식량위기’ 현실화에 고민

중국은 세계 최대 ‘콩(대두)’ 수입국이다. 주로 미국에서 들여온다. 자연히 칼자루를 중국이 쥐었다. 무역전쟁 과정에서 반격 카드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중국은 지난해 대두 수입을 중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겨 미국을 압박했다. 대두 주요 생산지 중·서부지역이 정치적 텃밭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표심을 의식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입장이 뒤바뀌었다. 중국이 만성적인 대두 부족에 시달리면서 ‘식량안보’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미 의존도가 높아지면 패권을 놓고 총력전을 벌이는 중국의 입장에선 취약점이 증폭되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2일 ‘중국 농민 수확 축제’를 맞아 “중국 인민의 밥그릇을 국산 곡물로 가득 채워야 한다”며 “농업은 국가와 안보의 근본”이라고 강조했지만 대두 수급에 물꼬를 트지 못하면서 정부의 구상이 헝클어질 조짐이다.

중국 ‘농업산업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쌀·밀·옥수수는 자급률이 98.75%에 달했다. 수입량이 전체 수요의 1~2%에 불과하다. 상무부는 “3대 주요 식량은 완전 자급자족이 가능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반면 대두는 사정이 정반대다. 올해 수요는 1억727만톤에 달해 처음으로 1억톤을 돌파할 전망이다. 당국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인 9,8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90%를 넘는 셈이다. 그렇다고 다른 농작물로 수요를 대체하기도 마땅치 않다. 대두를 압착해 추출한 콩기름은 중국 식용유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콩깻묵은 가축을 먹일 저렴한 사료로 쓰인다. 가뜩이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미국·브라질이 주로 생산하는 값싼 ‘벌크 콩’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 인구 14억명 가운데 6억명의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50달러)을 넘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내 대두 생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중국 전체 콩 생산량은 13% 증가했지만 그 규모는 1,800만톤에 불과하다. 수입량을 한참 밑돈다. 토지 부족에 따른 한계도 있다. 중국 인구는 세계 전체의 22%에 달한다. 반면 중국이 확보한 경작지는 글로벌 재배면적의 0.7%에 불과하다. 특히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경작지의 20%가 줄었다.

중국은 1990년대까지 콩 자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도시로 사람이 몰리고 농촌을 떠나면서 최대 수입국으로 바뀌어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도시화의 광풍에서 벗어나 남아있는 땅의 경우에도 농사짓기에 적합한 비율은 10~15%에 불과하다. 인도(50%), 미국(20%), 프랑스(3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미국을 상대하기 싫다면 중국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조차도 마땅치 않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중국 전체 대두 수입량의 92.8%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가 중국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하지만 호주는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중국과 교류를 사실상 단절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를 정도로 관계가 험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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