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전 고양이가 아닙니다” 화상 재판 중 필터 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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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가 등장한 9일 텍사스주 제394구 지방법원 온라인 심리 모습.<유튜브 캡처>

텍사스 변호사 로드 폰턴, ‘고양이 필터’ 쓰고 심리 참석
온라인 화제 되자 “내 덕에 웃었다면 그걸로 좋다“

지난 9일 온라인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을 통해 진행된 텍사스주 제394구 지방법원의 한 재판 심리에서 변호사가 나타나야 할 자리에 고양이 얼굴이 나타났다. 재판장인 로이 퍼거슨 판사는 “당신 목소리가 들려요. 얼굴에 (고양이) 필터가 깔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양이 얼굴을 한 변호사는 당황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다급히 변명을 시작했다. “비서 컴퓨터를 쓰고 있는데요. 필터를 어떻게 끄는지 몰라요.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 여기 있습니다. 전 고양이가 아닙니다.”

이 영상을 394구 지방법원이 유튜브에 공유한 덕에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고양이 변호사’의 정체는 텍사스 프레시디오카운티의 변호사 로드 폰턴. 그는 휴스턴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고양이가 나타나서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왜 고양이 필터가 작동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폰턴은 자신의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아 비서의 컴퓨터를 사용해 공판에 접속했는데, 그에 앞서 비서의 자녀들이 줌을 이용하다가 필터를 끄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종료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퍼거슨 판사는 해당 공판의 영상을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면서 “줌 회의실에 접속하기 전에는 항상 설정을 확인하라”고 농담했다. 이어 그는 “이런 즐거운 순간은 사법제도가 힘든 시기에도 계속 기능하도록 하려는 법조계 헌신의 부산물”이라며 “모든 이들이 품위있게 대응했고 고양이 필터를 한 변호사도 진정한 전문성을 보였다”고 했다.

이 영상을 공유한 트윗이 8,200번 리트윗되고,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관심이 커지자 퍼거슨 판사는 “이 영상이 변호사를 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밝힌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폰턴은 “내 곤혹스러움이 모든 이들을 웃게 했다면 그걸로 좋다”고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퍼거슨 판사가 담당하고 있는 394구 지방법원은 총 5개의 카운티를 관할하며 텍사스 서쪽 끝 엘파소 근처에서 남쪽 빅벤드 국립공원까지 이른다. 구역 내 가장 먼 거리는 400km가 넘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나오기 이전부터 온라인 재판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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