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욕설’ 아시안 증오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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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브랜트우드 지역에서 아시아계 여성에게 인종차별적 폭언을 한 백인 남성의 모습.[트위터 캡처]

태국계 산책중 밀려 사망
필리핀계 지하철서 찔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행 등 강력 증오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84세의 태국계 남성이 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폭행을 당한 뒤 끝내 숨졌다. 그로부터 사흘 뒤에는 역시 북가주 오클랜드의 차이나타운에서 91세 아시안 남성이 거칠게 밀쳐져 바닥에 쓰러지며 다쳤다.

지난 주에는 또 뉴욕의 맨해턴 지하철에서 61세의 필리핀계 남성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아시아계를 포함한 이민자 민권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 후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삼은 증오의 양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정책기획위원회는 작년 3월 아시안에 대한 혐오·차별 사례를 신고받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이곳에는 연말까지 2,800여 건의 사례가 신고됐다. 신고가 들어온 지역도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47개 주와 워싱턴 DC 등으로 전국을 망라한다.

이들 증오범죄 사례들 중 대다수인 71%는 말로 하는 괴롭힘이었지만 9%는 물리적 공격이 개입된 사례였고, 6%는 고의로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는 사건이었다. 또 21%는 아시안을 기피하는 행동이었다. 특히 아시안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정의를 진전시키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존 양 사무국장은 미국에서 반아시안 편견이 발호하게 된 것은 일정 부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듭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일이 이런 편견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LA 지역에서 또 다시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 여성을 향해 인종차별적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사건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해당 남성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엠’이라는 이름의 아시아계 여성은 지난 11일 트위터에 당일 오후 5시께 웨스트 LA의 부촌인 브렌트우드 지역 번디와 몬타나 교차로에서 걷던 도중 잠시 길에 핸드폰을 보려고 길에서 멈춰 섰을때 한 백인 남성이 자택에서 나와 폭언을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당시 이 남성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채 그녀에게 다가와 “바보같은 파란머리 아시안 여자”와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연이어 퍼부었다. 함께 게재된 영상에는 개 두마리를 데리고 있는 백인 남성이 그녀가 촬영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계속 폭언을 내뱉는 장면이 담겨있다.

해당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지자 그의 신원이 레돈도비치에 위치한 비치 시티 브로커스에서 부동산 에이전트로 근무하고 있는 마이크 달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회사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측이 최근 고용한 직원 마이크 달신과 관련된 영상을 확인했고, 우린 그를 즉시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 여성은 사건 직후 LA경찰국에도 신고를 시도했지만 경찰 측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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