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Stella
1936~
프랭크 스텔라는 미국 출생으로, 필립스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배우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사학도였다. 낮에는 페인트공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그림을 그렸던 그는 훗날 1960년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 된다.
1958년 뉴욕에 정착한 스텔라는 크고 간결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니멀리즘의 효시였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을 의미하는 미니멀(minimal)과 ‘주의(ism)’가 결합한 용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70년대에 등장한 미술 운동이다.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텔라는 ‘검은 회화’(1958~1960)를 통해 본격적으로 미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캔버스에서 구체적인 제스처와 환영, 그리고 인식 가능한 표현적 기호들을 과감히 제거했다. 1960년 레오 카스텔리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그는 화랑가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1976년에는 유명 작가들이 참여하는 BMW 아트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1983년에는 하버드대 교수가 되어 후학을 양성했다.
<꽃이 피는 구조물 – 부제: 아마벨> 이 조형물을 설치하던 중, 가장 가까운 친구의 딸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스텔라는 그녀를 추모하는 의미로 그녀의 이름 ‘아마벨’을 이 조형물에 붙였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포스코 빌딩 앞에 그의 조형물이 설치되면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스텔라는 조형에 가까운 작품도 회화로 볼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제시하며 조형 미술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일생 동안 회화의 특성에 대해 고민하며 실패에도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의 예술 정신은 지금도 많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흐름을 모더니즘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고, 이어 등장한 미니멀리즘을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장방형 캔버스에서 벗어나 줄무늬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그의 작품은 ‘성형 캔버스(Shaped Canvas)’라고 불린다. 스텔라는 전통 회화의 경계를 허물었을 뿐 아니라 회화와 조각의 경계까지 확장시켰다.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 자체가 곧 그림이 되기도 한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초대 관장 알프레드 바는 1959년 스텔라의 작품을 보고 “확고함이 대단히 인상적이며 신비함이 있다”며 “그림들이 고집스러우면서도 인내가 있고 제대로 제어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첫날밤 엿보기 – First Night-Watch> 그의 ‘모비딕’ 연작 중 한 점으로,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50만 달러에 낙찰됐다.
20세기 뉴욕 미술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스타 딜러 레오 카스텔리다. 1907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1960~70년대 뉴욕 미술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현대 미술 시장에서 작품의 소장과 매매, 그리고 작가의 성장에는 갤러리스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스퍼 존스, 프랭크 스텔라,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로버트 모리스, 도널드 주드, 브루스 뉴먼 등 당대의 거장들이 무명 시절 레오 카스텔리를 만나 세상에 알려졌다. 작가가 레오 카스텔리를 떠날 수는 있어도 그가 작가를 떠난 적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작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예술가를 성장시켰다. 그를 스쳐 간 작가들은 그의 초상을 작품 속에 남기며 존경을 표현했고, 그의 명성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은 회화>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 빌딩에 설치된 스텔라의 조형 작품 ‘아마벨’과 관련해 두 가지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포스코 빌딩 이미지에 어울리는 조각가로 스텔라가 선정된 뒤, 건물 앞에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 쌓아 둔 철 부속물을 고물상이 고철로 착각해 가져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경찰의 신속한 추적으로 용광로로 들어가기 직전에 작품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렵게 설치된 작품을 두고 일부 시민들은 고물을 모아 놓은 것 같아 보기 흉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공 조각을 둘러싼 예술성과 대중성의 갈등은 한동안 화제가 됐고 철거 논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아마벨’ 조형물은 현대 미술 작품이 반드시 아름다운 형태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마르보티킨 둘다> 이 작품은 강렬하고 조화로운 색채와 경쾌한 곡선을 통해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인도양에 있다는 전설 속 철의 섬 ‘마르보티킨 둘다(Marbotikin Dulda)’를 추상화한 것으로, 달맞이 축제 속 원주민의 강렬함과 가슴 뛰는 에너지를 전해 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은 테헤란로의 대표적인 조형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밤이 되면 조명이 비춰지며 장미꽃 형태의 구조물이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현재 이 조형물의 가치는 1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스코 빌딩 로비 2층에 들어서면 스텔라의 회화 작품 ‘마르보티킨 둘다(Marbotikin Dulda)’도 만날 수 있다. “당신이 보는 것이 바로 보는 것이다(What you see is what you see)”라는 그의 말처럼, 잠시 의심을 내려놓고 우리가 잃어버린 문명의 세계 ‘마르보티킨 둘다’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넘쳐 흐르는 시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미래 세계에 대한 꿈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성은 작가
시카고 한인 미술협회 회장
미술 심리치료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