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노동조합 설립과 조직 활동을 막기 위해 연간 15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비판론자들은 기업들이 근로자 처우 개선보다는 노조 회피 전문 컨설턴트와 변호사 고용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연구소(EPI)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노조 조직화 운동과 노조 선거 과정에서 노조 회피 전문 컨설팅 업체와 로펌, 법률 자문 등에 거액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매년 약 4억4,200만 달러를 노조 회피 컨설턴트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2025년 한 해 동안 노조 회피 컨설턴트 고용에만 2,66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 노동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아마존 측은 외부 단체들의 노조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은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이 노조와 관련된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부 단체가 개입할 경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전문가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공동 작성자인 마거릿 포이덕 EPI 선임 정책분석가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수십억 달러가 근로자와 근무 환경 개선이 아닌 노조 저지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이덕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내 노조 가입률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노조 회피 전문 로펌과 컨설턴트들의 활동을 지목했다.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현재 10% 수준으로, 1983년의 20.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70%가 노동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아마존, 스타벅스, 델타항공 등의 노조 대응을 맡아온 대형 로펌 리틀러 멘델슨도 별도의 ‘직장 정책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소는 근로자 권리 확대 법안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왔으며, 캘리포니아주의 노동자 오분류 방지 법안인 ‘AB5’에 반대하고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자들을 독립 계약자로 유지하도록 한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 22’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동 작성자인 비영리단체 레이버랩의 전략조정관 테크 위긴은 “기업들은 이미 근로자들보다 훨씬 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노조 회피 컨설턴트와 로펌의 활용이 이런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 EP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전체 노조 선거의 41.5%에서 노동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또한 기업들의 지연 전략과 항소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첫 노조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평균 465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2021년 미국 내 첫 노조 결성이 승인된 이후 현재까지도 첫 단체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긴은 “기업들은 노조를 자발적으로 인정하거나 중립 협약을 체결할 선택권이 있다”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꺾으려는 행동이며 민주주의 가치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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