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법무부가 비(非)시민권자의 투표 참여를 허용하거나 유권자 명부에 이들을 남겨두는 주 정부를 대상으로 형사 조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법무부 민권국은 지난 7일 미국 50개 주 전체 선거 관리 책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법에 따라 비시민권자가 연방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각 주에는 5일 이내에 답변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하미트 딜런 법무부 차관보는 애리조나, 미시간, 메인주 선거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주 선거 책임자를 포함한 선거 관리 공무원이 비시민권자를 유권자 명부에 고의로 유지하거나 투표 등록 및 투표 참여를 돕는 경우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명 이상이 공모해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역시 범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각 주가 법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정확한 유권자 명부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방 선거에서 비시민권자의 불법 투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비시민권자의 투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민권 증명을 직접 제출해야만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SAVE America Act)’의 상원 통과를 촉구해 왔다. 그는 의회가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른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혀왔다.
또 올해 초에는 적격 유권자 명단을 연방 차원에서 관리하고, 명단에 없는 사람에게 우편 투표용지를 발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연방 법원의 제동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번 서한 발송은 법무부가 수십 개 주를 상대로 유권자 명부 제출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법무부 민권국은 주 정부가 연방법에 따라 유권자 명부를 정확하게 관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해당 자료를 국토안보부(DHS)와 공유해 비시민권자 유권자 여부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법무부는 유권자 명부 제출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방법원에서는 모두 11차례 패소했으며, 지난달에는 제6연방순회항소법원이 미시간주의 손을 들어주며 하급심 판결을 처음으로 유지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서한은 모든 주와 워싱턴 D.C.에 연방 선거에서는 오직 시민권자만 투표할 수 있도록 법적 의무를 준수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밝혔다.
서한을 받은 애리조나주 국무장관 애드리안 폰테스는 주 선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폰테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애리조나 선거 관리 공무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주 선거 관계자들은 항상 자격을 갖춘 시민권자만 유권자로 등록되도록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정치적 주장이나 압박이 아닌 애리조나 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등록 관리와 선거 보안을 둘러싼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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