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선트 재무 경제압박 발표
▶ 금·디지털자산·해운 등 제재
▶ 이란 거래국도 ‘블랙리스트’
▶ 실효성 낮아 ‘제 발등 찍기’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은 물론 거래를 이어가는 제3국까지 겨냥한 새로운 경제제재를 단행하며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지난 2월28일 시작한 대이란 대규모 군사작전에도 이란이 버티기에 들어가고, ‘이란 핵 금지’ 및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이라는 핵심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자금줄을 더 옥죄는 경제 제재로 이란 정권에 대한 타격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그간 미국의 고강도 군사 공격을 버텨온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이겨낼 “2년 경제 계획을 수립했다”며 고강도 제재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양측의 대치는 당분간 기한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스콧 베선트 연방 재무장관은 24일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우리는 이란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앞에는 2가지 길밖에 없다”며 “완전한 국제적 고립 및 생존형 경제의 길, 아니면 세계 경제에 재편입될 기회를 얻어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발표된 제재의 핵심은 디지털 자산(가상화폐), 기술, 금, 항공, 해운 관련 이란과 거래를 하는 다른 국가에 ‘2차 제재’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2차 제재는 특정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해서도 관세 등 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제3자 제재’라고도 불린다. 이들 5개 부문은 이란 정권이 각종 제재를 회피해 무역 거래에 이용하거나 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활용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미국은 또 이란 정권이 핵 및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며, 석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전 세계 60여개 단체와 개인, 선박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이란 국방·군수부(MODAFL)의 종속 기관, 이란 정보안보부(MOIS)가 지휘하는 악의적 사이버 그룹,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유럽 및 기타 지역에서 이란산 원유 중개인, 기업, 그림자 선박 네트워크가 포함됐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정권과의 교류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에 이란의 최대 수출·수입국인 중국의 은행 및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질의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미국의 제재 손길을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베선트 장관의 발표는 예고된 것이다. 그는 전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이란에 경제적 D-데이가 오고 있다’ 제목의 기고문에서 경제적 D-데이가 “적국을 상대로 지금까지 동원된 최대의 단일 금융 공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발표 직후 이란은 곧바로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예드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재정부 장관은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는 2년 경제 계획을 수립햇으며, 모든 사안이 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며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맞설 계획을 오래 전부터 세워놨으며, 새로운 제재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 언론도 이번 조처가 이란에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선트 장관은 앞으로 더 많은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이번 제재가 이란 경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기를 거부하는 국가들에 대해 치명적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로 대규모의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