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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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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 제고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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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일보

‘해외에 사는 한국인’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자산으로…인식 변화에 걸맞은 정책과 관심 뒤따라야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묻고 싶다. 과연 한국 사회는 재외동포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재외동포청이 최근 한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재외동포에 대한 내국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외동포의 모국 기여에 대한 평가는 61.2점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에서 기록한 58.9점보다 2.3점 높아진 수치다.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독립운동 기여’ 부문은 66.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들의 역사가 오늘날 재외동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재외동포를 과거의 독립운동과 모국 기여라는 역사적 틀 안에서만 바라본다면 오늘날 재외동포사회가 가진 가치를 절반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셈이다.

재외동포사회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와 문화, 외교와 교류를 연결하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에서 성장한 사람,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 그리고 현지 사회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은 수많은 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 재외동포가 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 가치에 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59.4%였으며, 한국 국민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50.4%로 나타났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니다.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인사회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고, 한국의 문화와 상품이 해외에서 자리 잡는 과정에서도 재외동포들의 역할은 적지 않다.

미국 중서부 지역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중서부 지역 진출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한인사회가 한국과 현지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한인 미디어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현장에서 취재하고 전달하며 한국과 미국 사회 사이의 정보와 소통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카고총영사관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 역시 이러한 교류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도 재외동포를 단순히 ‘해외에 사는 한국인’ 정도로 생각한다면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국경의 의미를 넘어 인적·경제적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에 사람의 거주 지역만을 기준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재외동포를 한국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국가적 사업에 도움이 될 때만 재외동포의 가치를 찾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동포정책이라고 하기 어렵다. 재외동포 역시 대한민국과 상호 이익을 나누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재외동포의 존재를 필요할 때만 크게 조명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해외 동포들의 헌신을 강조하고, 경제적 성과나 국제적 행사가 있을 때는 재외동포사회의 역할을 치켜세우면서도 평상시에는 그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독립운동 기여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제는 과거의 공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외동포의 현재와 미래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재외동포들은 현지 언어와 문화, 법과 제도, 시장과 사회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전문성은 대한민국이 세계와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인식 개선이다. 한국 사회가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하며, 그 변화에 걸맞은 정책과 제도 역시 뒤따라야 한다.

재외동포 역시 한국에 무엇인가를 돌려줘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과 재외동포사회가 서로의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는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61.2점이라는 숫자에 만족할 일은 아니다. 재외동포의 역사적 공헌을 기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재외동포를 ‘해외에 사는 한국인’이라는 좁은 틀에서 바라보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본다.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이 세계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함께 뛰는 동반자이며, 한국의 국제적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적 네트워크다.

이제 한국 사회가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되 현재를 직시하고, 현재의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재외동포의 가치를 인정하는 길일 것이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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