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
시카고 한마음 교회

 

동네 친구들과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 나온 동생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쁜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누가 쫓아올세라 가쁜 숨을 내쉬며 골목길을 들어서자 가로등 불 빛 아래 낡고 푸르스름한 대문이 보였다. 환하게 불이 있는 것을 보고는 동생과 나는 그제서야 서로 마주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집에 계신 것이다. 엄마가 아랫목에 묻어둔 둥그런 양은 밥통에 한가득 담긴 따뜻한 밥과 손바닥 만한 시원한 무김치가 떠올랐다. 그럴 때면 밖에서 당한 속상함과 억울함이 저절로 치유 되는 듯 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라오는 화려한 음식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 탓에 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버거워 혼자 먹기도 하고, 함께 식사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해 혼자 먹기도 하고, 때로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혼자 먹기도 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많은 이들이 혼자 밥을 먹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박하고 건강한 밥상을 마주하는 일이야 말로 현대인의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일의 시작이다. 바깥에서 상처입고 찢긴 마음, 갈등과 분노와 슬픔은 잠시 내려 놓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지나간 추억도 더듬어 보고, 사소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들어주면서 ‘잘했다 잘했다’하는 다독임도 느껴보며 함께 하는 밥상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치유의 시작점인 것이다.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는 추운 계절엔 따끈따끈한 한 그릇 요리가 제격이다. 오늘 소개하는 릭감자스프는 만들기도 쉽고 건강까지 가득 담겨 이웃들과 가볍게 나누기 좋은 음식이다.

 

릭(Leek)은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양파와 마늘처럼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건강 채소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대파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더 굵고 연하며 길이가 짧은 채소이다. 향신 채소 중 하나로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재료로 알려져 있으며 다량의 섬유소와 비타민 A, B6와 C, 철분과 엽산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마늘과 양파처럼 면역성을 길러주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주며 항암작용을 한다. 릭은 채수를 낼 때 사용하거나 장아찌 등을 만들기도 하고 잘게 송송 썰어 국이나 찜, 오믈렛 등 대파를 대신해 어느 곳이든 사용할 수 있다.

 

스프가 아직 따뜻할 때 잘 익은 아보카도 몇 조각을 얹어 내면 사르르 눈처럼 녹아 내리는 아보카도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하고 푸릇푸릇한 연두 빛깔의 릭감자스프로 추운 계절 얼어붙은 우리네 마음까지 슬그머니 녹여보자.

 

릭감자스프

 

*재료: 릭 2개, 감자 2개, 올리브오일, 잣 반컵, 캐슈너트 가루 반컵, 아보카도, 채수, 소금, 후추

채수 – 물 5컵, 양파 1개, 샐러리 1개, 당근 반개

 

*만드는 법:

  1. 물에 양파와 샐러리, 당근을 넣고 30분정도 끓여 채수를 만든다.
  2. 릭의 하얀부분과 감자는 얇게 썰어 올리브오일에 볶는다.
  3. 채수를 넣고 30분간 끓인다.
  4. 믹서기에 잣과 함께 넣고 곱게 간다.
  5. 캐슈너트 가루를 넣어 농도를 맞추고 소금으로 간한다.
  6. 아보카도를 얹고 후추를 살짝 뿌려낸다.

 

서정아의 힐링건강요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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