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急難之朋, 一個無(급난지붕, 일개무)

1945

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위의 글의 뜻은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라는 말로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글로서 이 책은 인간의 자기수양(自己修養)과 윤리(倫理), 도덕(道德) 및 처세(處世) 등에 관한 예지(叡智)를 수록(收錄)한 책으로 고려때의 학자인 ‘추적’(秋適)이 엮었다고 합니다. 제목의 글은 교우(交友)편에 나오는 글로서 내용을 소개해 보면, 옛날 한 부자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살았었는데, 집안이 부자인 만큼 아들은 매일 친구들과 놀기만 좋아하고, 푸짐하게 대접하느라 돈을 많이 낭비(浪費)하였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어느 날 아들을 불러 타일렀습니다.

‘얘야! 너도 이제 그만 놀고 집안일을 돌볼 생각을 해라. 어째서 날이면 날마다 밖으로만 돌아다닌단 말이냐?’, ‘아버지! 제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들이 제가 나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어요. 친구들에게 환영(歡迎)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버지!’ ‘그건 그렇지, 하지만 친구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란다.’ 그러면 오늘 네가 친구를 사귐이 참으로 성공했는지, 아닌지를 아버지가 시험을 해보자. 아들은 자신 있게 이 기회(機會)에 저희 친구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고 신뢰(信賴)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밤,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아버지는 그날 밤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거적에 쌌습니다. 그것을 지게에 지고, 아들과 제일 친하다는 절친(切親)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은 친구의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여보게! 실은 내가 조금 전에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그래서 여기 시체(屍體)를 가지고 왔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좀 도와주게.’ 대문 안에서 친구는 내다보지도 않고, ‘뭐라고! 시체를 가지고 왔다고? 많은 친구 중에 왜 우리 집인가? 난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내 집에서 냉큼 사라지게.’ 한마디로 거절당했습니다. 그 다음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모두 거절을 당하자, 그럼 이제는 아버지 친구 집으로 가보자.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친구 집을 찾아 갔더니, 친구는 ‘조금 있으면, 날이 샐 것이네. 이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그러니 당분간 저기 나무 밑에 내려놓고, 자네는 내 옷으로 갈아입게나. 그리고 수습책(收拾策)을 함께 생각해 보세!’ 그때서야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친구여! 미안하네. 그 거적에 싼 것은 시체가 아니라 돼지라네. 내가 돼지 한 마리를 잡아왔네 그려!’ 자! 우리 돼지고기 안주해서 술이나 실컷 마셔보세!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알았을 것이다. 친구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요, 친구를 날마다 만나는 것도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니다. 형편이 좋을 때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많으나, 위급(危急)한 처지에 있을 때, 도와주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은 법이란다. 그것은 참된 우정을 나눈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문으로 풀이하면,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주식형제천개유 이나, 급난지붕일개무 이니라.) 즉, ‘술 마시고 밥 먹을 때, 형, 동생 하는 친구는 천명이나 있지만, 내가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라는 뜻입니다. 내 주위에 정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친구가 있다면, 그건 성공한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