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이고 살아가길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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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 전 CIA 센터장, 22일 스탠포드대학 강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작년 4월초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차 방북했을 때 자신의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앤드루 김<사진>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22일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먼저 쌓여야 하며 이를 위해 북미가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ㆍ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31일∼4월 1일로 알려졌던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의 배경과 관련, “주요 목적은 한국 특사단이 우리에게 전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지난해 3월 방북 후 특사단으로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미국측에 전달한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신뢰하지만, 그와 별도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해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갔을 때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carry the nuclear weapon on their back their entire life) 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고 김 전 센터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면담 동안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 뿐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욕구도 강조했다고 김 전 센터장은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뜻했던 것은 북미가 70년 이상 적대관계를 가져온 만큼, 그가 핵 야망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게 북미 양측이 따뜻한 관계와 믿음을 쌓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비핵화 의사’가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 그가 명확하게 밝힌 첫번째 메시지였다”고 덧붙였다.

김 전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깜짝 발표한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이라고 한미가 주장하는 데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주민들, 대중은 그 훈련에 대해 매우 ‘공격적’으로 느낀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다른 관점들이 있는 것”이라며 “나는 (연합훈련) 중단이 영구적으로 취소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시적 조치이지 ‘영구적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또한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해 10월7일 4차 방북 당시 영변 핵 시설 문제를 협상 의제로 본격 꺼내 든 것을 거론, “나는 그들이 다시 한번 영변 핵 시설을 협상 의제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을 기억한다. 이는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영변 핵 연구 시설들이 폐기되면 그들(북한)의 핵 무기 생산 능력을 상당히 감소시킬 것이라고 평가한다”며 ‘의미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맞물려 미국의 전략자산 반입 중단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협상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 2년간 그것(전략자산 반입 중단 요구)이 나온 것은 두 번이었던 것 같은데, 그들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때는 협상 테이블에 자신들의 칩들을 올려놓으려고 할 때”라며 “그들이 또 다른 정상회담이나 핵 회담 등으로 하려고 하는 때에만 그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이 문제가 그들의 가장 중요한 협상의 우선순위로 말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아직 직접 들은 적이 없다”며 “나는 언젠가는 그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늘 서곡이 깔리고 노동신문 등에 먼저 나오면 몇달 지나 그것이 현실이 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는 그들로부터 그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센터장은 향후 북미 간 협상을 통해 ‘지정학적 지도’ 자체를 다시 그려나가는 데 성공한다면 3∼5년 이내에 북한과 한반도 전체, 역내, 그리고 전 세계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보라며 “나는 (대북) 관여에 매우 낙관적”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북미 막후 협상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해온 한국계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자로 은퇴한 뒤 이 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의 네 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다. 김 전 센터장이 공개적인 발언에 나선 것은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처음으로,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가 공개강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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