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와 재정설계] 비트코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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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송 재정전문가

RETIRING AMERICA CHICAGO 대표

 

모임에서 만난 지인 중의 한 분이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가르쳐주셨다. 심플하게 구성된 그 애플리케이션은 실시간으로 비트코인의 밸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아주 간편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손쉽게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한번 해 볼까 하다가 눈 앞에 아내의 얼굴이 어른거려 얼른 마음을 접었다.

비트코인이 장안에 화제다. 그것 때문에 손해 봤다는 사람은 없고 온통 대박났다는 사람들 뿐이다. 한국사회가 온통 비트코인으로 들끓는 듯하다. 어느정도인가하면 외국의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한국의 이러한 열풍에 대해 “김치프리미엄”이라는 용어까지 만들 정도이다. 한국사람들의 입김에 따라 비트코인의 값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하니 과히 김치프리미엄이라 말할 만 하다.

그런데 문제는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분포가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20대와 30대의 학생과 회사원, 공무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비트코인에 손을 대고 있다. 2030의 세대는 열심히 공부하여 미래를 준비하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입지를 굳혀가기 위해 웅지를 트는 단계이다. 미국에서는 20대의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여 진지하게 학문을 궁구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연령대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한다. 혹은 창업을 위해 대학이나 기업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경연대회나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미래사회의 기둥이 되어야 할 2030 세대가 너나 할 것 없이 비트코인에 거의 올인하고 있다시피 한다. 대학생들은 학교등록금으로 비트코인을 사고, 직장인들은 심지어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를 하고 있다. 너무나 걱정이 된다.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 뒤늦게 한국정부는 비트코인의 투자에 각종 규제를 가할 법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무엇이고, 그것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는 여기서 논외로 하기로 하자. 재정상담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에 관한 소회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비트코인을 사는 행위는 명백하게 “투자”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투자”의 범위를 넘어 거의 “투기”에 가깝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란 말인가?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잉여자금으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투자이기 때문에 언제나 원금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험을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2030 세대들은 비트코인을 살 때 단 한 사람도 잉여자금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처음부터 잘 못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잉여자금이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벌 요량으로 주식에 투자하듯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것이 잉여자금이기에 극단적으로 몽땅 잃어버린다 해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자금 모아놓은 돈으로 코인을 사거나 대출을 받아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미 투자가 아닌 투기의 수준을 향해 막나가고 있는 것이다. 잉여자금이 없이도 얼마든지 미래를 위해 재정설계를 할 수 있다. 돈의 기본적인 원리를 알면 그것이 왜 가능한지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잉여자금이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안사게 될 것이다. 나중에 혹 잉여자금이 생기게 된다 하더라도 나보다 더 지혜로운 아내는 나에게 결코 비트코인을 사게 하지 않을 듯싶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