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 3…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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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하나님의 성회 시카고교회 부목사)

 

채플린 인턴 합격의 소식을 듣고, 삶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였다. 체계적인 준비 과정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군인병원 방문과 호스피스 환자 방문 쉐도잉(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배우기)을 그만두었다. 인터넷을 통해 병원과 관련한 영상,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 관련 강의, 아침 출근 준비와 퇴근후 식사 준비하면서 YouTube에서 Ted Talks(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10분 정도 강연, 우리나라에는 ‘세바시 15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있다. ) 강의를 들으며, 나의 뇌와 귀와 관심을 영어에 집중시켰다. 자면서도 24시간 뉴스 채널 라디오를 틀어놓고 잤다. 이것이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보았지만, 결과는 잘 모르겠다. 숙면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절박함의 몸부림이었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이었다.

채플린 인턴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변화가 필요했다. 4년째 노인센터(Adult Day Care Center)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CPE 수업이 매주 수요일에 있어서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파트 타임으로 바꿔야 했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노력을 하면 꿈을 이룬다.”는 말처럼,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꾸는 것도, 안전 지대(Comfort Zone)를 떠나는 도전 정신도,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고 희생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5개 빼고 다 버려”라고 나에게 충고한다. 난 멀지 않은 시기에 내 삶의 기본을 유지시켜주는 이 안전 지대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2017년 8월 14일, 드디어 채플린 인턴 과정이 시작되었다. CPE Class를 위해 일주일 동안, 아침 8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나의 황금 휴가를 헌납해야 했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 8시반부터 4시 반까지, 총 20주 동안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시간 (5 P.M ~ 10 P.M)과 다음날 아침까지(평일은 10 P.M~7 A.M, 주말은 10 P.M~8:30 A.M) On-Call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 보통 30일, 주말은 오전과 오후 2명의 인턴이 병원 근무를 해야 한다. 정식 직원(Staff Chaplain)은 하루 8시간, 7A.M ~ 9 P.M 사이에 근무한다. 24시간중 나머지 시간은 모두 인턴들의 몫이다. 그러니 한달에 적어도 5번 ~ 6번의 On-Call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저녁시간은 병원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On-Call(실제로는 CB: Callback이라고 부른다)은 Pager(옛추억의 삐삐)를 받고 30분내 병원 도착이 가능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면 굳이 병원에 머물 필요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병원에서 자야 한다. 자다가 삐삐(Pager)가 울리면 가서 달래줘야 한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느낀 것은 “인턴은 지식적 배움이 필요한 학생이 아니라, 실전 경험이 필요한 준비된 자”라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사진을 찍고 채플린 명찰을 받았다. “나, 드디어 채플린 인턴 되었어. Oh my goodness~” 이 명찰(Badge)만 있으면 웬만한 곳은 출입이 가능하다. 어떤 병실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 명찰 확인하는 곳(Badge reader) 에 대야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기도 한다. 병원 시스템과 채플린들의 역할 익히기, TB 테스트와 약물 검사, 뒷조사(Background Check Up)도 했다. 다행히 이 모든 비용을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에서 지불했다. 그때 느낀 뿌듯함이라니… 오전에는 토론식 강의가 이어졌고, 오후에는 스텝 채플린들의 회의(Huddle) 참가와 스텝 채플린을 쉐도잉하고 직접 환자를 만나고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을 스텝 채플린들로부터 쉐도잉을 당했다. ‘수업은 잠깐이요, 실습은 영원하다.’ 내가 만든 채플린 명언이다. 문제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는 금요일 오후부터 실제 인턴 혼자서 On-Call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듣지도 못하고, 알아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입으로 나오는 데는 수 만년이 걸릴 것 같은데, 그나마 한국인에게만 있는 “눈치 9단”으로 버티고 있는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이 낯선 세계에서…”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제자들을 선택하셨을 때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셨다. 위로가 되는 것은 “~가 되어라”가 아니라 “~되게 하리라”하신 것이다. 찬양 ‘하나님의 은혜”라는 곡 가사에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는 눈물겹도록 감동스러운 고백이 있다.

“나를 지으신 이도, 나를 채플린으로 부르신 이도, 나를 사용하시는 이도 하나님,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주님! ‘~되어라’가 아닌 ‘~되게 하리라’ 하신 말씀 의지하여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