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23] 기숙사 생활속의 공동체 의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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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졸업 후, 나는 하버드 의대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대 캠퍼스 내에 있는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그 곳에서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힘든 연구가 끝난 뒤 기숙사에 모여 학업에 대해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 교감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갔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재직하고 난 뒤, 나는 내가 생활했던 하버드 기숙사가 바로 하크네스 테이블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하크네스의 철학이 담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크네스는 먼저 자신의 모교인 예일에 기부해 새로운 기숙사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다. 즉 각 기숙사가 학생들에게 기본 공동체 또는 가족같은 역할을 하며 ‘대학 내의 대학’ 형태의 단위를 이루는 시스템이었다. 예일의 규모가 커지면서 학생들이 교수와의 접촉도, 동료들과의 친밀감도 가지기 힘든 상황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예일은 하크네스가 학교에 기숙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기부금을 내려 하자 이를 반대했고 하크네스는 하버드에 비슷한 아이디어로 기부를 제안했다. 하버드가 이를 받아들이자 뒤늦게 예일이 후회하면서 하크네스에게 기부를 요청했고 예일도 하크네스의 기부로 이런 기숙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하버드나 예일 졸업생들이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처음으로 건네는 질문이 있다. 하버드생들은 “어느 하우스 출신입니까?”라고 묻고, 예일생들은 “어느 컬리지 출신입니까?”라고 묻는 것이다. 여기서 ‘하우스’, ‘컬리지’는 기숙사를 뜻하는 것으로 “어느 기숙사 출신입니까?” 라는 질문이다. 굳이 재학 중 지냈던 기숙사를 묻는 것은 그만큼 기숙사가 그들에게는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하크네스가 원했던 것처럼 기숙사는 이제 학생들에게 정체성의 큰 부분으로 남게 되었다.

 

에드워드 하크네스는 필립스 엑시터를 비롯해 하버드와 예일에 왜 기숙사 공동체를 강화하려 했을까?

하크네스는 교육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학교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져야 한다고 믿었다. 교육은 결코 교실 안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 삶을 통해 전인격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크네스는 학생이 학교 내에서 교사 및 교우들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고민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하나라는 강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공동체 정신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학교 안의 학교’, 즉 기숙사 공동체를 설립하기를 꿈꿨다. 더불어 이러한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적 성취는 결코 대학에 한정되는 한 단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필립스 엑시터가 기숙학교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인성이 성장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학교내 기숙사 생활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배우고, 나와 다른 배경에서 왔지만 이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여러 학생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체험하는 것은 인성이 성장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이 된다.

 

아직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의 단면 속에는 장단점이 분명 있다. 성격이나 친화력의 정도에 따라 어떤 학생에게는 기숙생활이 인성의 좋은 영양제가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부모의 관심 속에 함께 생활하는 것이 자라는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일 수도 있다. 반대로 기숙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접할 준비가 된 학생에게는 기숙생활의 새로움을 체험하는 것이 인성의 폭을 넓히고 타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