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적 이유로 치솟은 유가, 가계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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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7년 3개월 만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로컬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주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표시된 개솔린 가격. [로이터]

WTI 선물 가격 7년 만 최고치 기록, 증시하락에 우크라이나 사태 겹쳐
일단 개솔린 가득 채워놓는 게 유리

연초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개솔린 등으로 가격 확산이 번져 로컬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증시 하락 탓에 상품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요인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LA에서 차를 모는 운전자라면 한 발 앞서 개솔린을 가득 채우는게 유리하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NTMEX)에 따르면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19일 장중 86.96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WTI가격은 연초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15% 넘게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약 65% 치솟은 상황이다.

원유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먼저 증시 하락으로 글로벌 자금이 에너지 등 상품시장으로 옮겨 왔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약 8% 하락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타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한 주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글로벌 자산시장에서는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발생했고 금은 물론이고 원유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 정치적 요인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주요국들이 외교적으로 개입해 실제 침공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갈등은 가능성 만으로도 유가 상승 요인이 된다. 실제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이 멈쳐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은 올라갈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예멘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중동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 상황과 정치적 리스크 모두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원유 가격이 곧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오는 3분기에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내년에는 10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위험 뿐만 아니라 원유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며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공급에 문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개솔린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한인 운전자들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3일 남가주자동차클럽(AAA)과 유가정보업체(OPIS)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LA 카운티 지역 셀프 주유 레귤러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4.671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 개솔린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름을 가득 채워두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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