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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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시대를 초월한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작가의 연애 소설이 전세계 여성의 필독서가 될 것을 작가는 예견했을까. 오스틴의 유일했던 짧은 사랑에 관한 서정적이고 고운 영화를 소개한다.

1795년 영국의 전원  지방. 고풍스럽고 소박한 집에  ‘오스틴’목사 가족이 산다. 스무살  ‘제인’은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가진 혈기왕성한  작가 지망생.  넉넉치 못한 집안 형편때문에 어머니는 혼기에 찬 딸들이 돈많은 신랑감과 결혼하기를 바란다. 언니 ‘카산드라’는 벌써 약혼자가 있다.  부유한  ‘그레샴’부인의 조카인 ‘위슬리’가 제인을 좋아하지만 제인은 소설 쓰는데 열심이고 위슬리에게 관심이 없다.  제인의 오빠 ‘헨리’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인 ‘톰 르프로이’와 함께 집에 온다.  유명한 법관인 톰의 삼촌은 가난하지만 재능있고 똑똑한 조카를 후원한다. 톰은 삼촌으로 부터 받는 후원금으로 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진다.  헨리의 졸업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고 친척들이 모인다. 사람들의 요청으로 제인이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는데 톰은 무례하게 잠을 자고 혹평까지 해서 제인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후 두 사람은 숲속에서, 친구 집의 서재에서 자꾸 마주친다. 톰과 제인은 소설의 내용과 실제 삶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면서 대립하는데 톰은 아름답고 지성적인 제인에게 빠져들고 제인은 열정적인 톰에게 끌린다.

위슬리가 제인에게 청혼하지만 제인이 거절하고 어머니는 노발대발한다. 그레샴부인의 저택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열린다. 그레샴부인은 조카의 청혼을 거절한 제인을 대놓고 모욕한다. 제인이 무도회장을 나오자 뒤따라 온 톰이 제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톰은 삼촌의 허락을 받기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톰은 삼촌의 반대에 부딪히고 생활비를 끊겠다는 협박에 할수없이  삼촌이 정해준 아가씨와 정략 약혼을 한다. 하지만 제인을 사랑하는 톰은 제인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한다. 둘이 마차를 타고 떠나는데 제인은 톰의 외투 주머니에서 가족에게서 온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에는 삼촌의 후원금으로 온 식구들이 생활한다는 내용이다. 톰이 제인과 도피하면 톰의 식구들은 당장 굶게 된다. 제인은 톰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간다. 세월이 흐르고 유명 작가가 된 제인은 오빠 부부와 오페라를 관람한다. 쉬는 시간에 한 소녀가 제인의 열렬한 독자라며 말을 건다.  소녀의 아버지인 중년의 톰이 옆에서 바라본다. 제인은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소녀의 부탁으로 ‘오만과 편견’을 낭독한다.

스무살, 그 찬란한 시절의 사랑은 아프게 끝났지만 오스틴의 작품 속에서 풍요롭고 매력적으로 살아난다. 제인역의 ‘앤 해서웨이’와 ‘매기 스미스’, ‘제임스 매카보이’등 실력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나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전원을  찍은 화면이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탁트인 초록의 벌판과 고풍스러운  저택,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정원, 촛불에 흔들리는 저녁 풍경, 그리고  풍부한 색감의 의상등 촬영이 수려하다.  ‘오만과 편견’을 예상케하는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성격 묘사도 재미있다. 오스틴의 사랑이 애잔하고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