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완벽한 재앙(Perfect Storm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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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세상때문인지 지나간 재난 영화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작 “감염”(Contagion)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여성에 의해 순식간에 퍼진 질병으로 수백만명이 죽어가는 팬데믹을 보여주는데 그 상황이 지금과 너무도 닮았다. 천재지변을 제외하면 우리가 격는 재난은 대부분 인간의 욕심과 오만이 부른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자연이 보내는 경고에 겸손과 두려움으로 대비하지 않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 지 압도적인 화면과 생생한 음향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1991년 9월 어선 ‘안드레아 게일’호가 메사추세스의 ‘글루체스터’ 항구에 들어온다. 최근의 계속되는 흉작으로 선장인 ‘빌리’는 마음이 불편하다. 돈이 필요한 빌리는 다른 뱃사람들을 설득하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출항하려고 한다. 마을 선원들 중에는 애인과 새롭게 삶을 시작하려는 ‘바비’, 헤어진 아내와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머피’, 자메이카 어부 ‘알프레드’등이 있다. 모두 사랑하는 연인, 가족, 어머니를 위해서 배를 탄다. 다시 출항한 안드레아호는 평상시에 고기를 잡던 안전한 수역을 벗어나서 고기는 많지만 위험한 ‘플레미쉬 캡’ 지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출항 후 태풍이 몰려온다는 경고를 받는다. 다른 어선들은 조업을 포기하고 항구로 돌아가지만 빌리 선장은 선원들의 기대와 자신의 경험을 믿고 계속 나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 위의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다. 안드레아호는 드디어 6만 파운드의 고기를 잡는 대박을 터뜨린다. 그런데 아이스 머신이 고장난다. 잡은 고기를 빨리 항구로 옮기지 않으면 전부 상해서 버리게 된다. 거대한 태풍이 몰려온다는 경보에 빌리는 선원 전부에게 의견을 묻는다. 고기를 포기하고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태풍 속을 뚫고 속히 항구로 돌아갈 것인지. 자신들이 맞닥뜨리게 될 재앙의 정체를 짐작 못하는 선원들은 돈을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항구 글루체스터에서는 안드레아호의 선원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사랑하는 남자들의 귀환을 간절히 기다린다. 그러나 세 개의 거대한 태풍 전선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역사상 유례없는 대폭풍은 안드레아호와 다른 배들을 처참하게 몰살시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했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고 무자비한 폭풍이다. 집채만한 파도가 계속해서 몰아치는 바다는 그 어떤 전쟁터보다 잔인하고 무섭다. 파도에 삼켜지는 배와 사람들을 보면서 극심한 공포와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드는 생각들. 만약 아이스 머신이 고장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선원들이 잡은 고기를 포기하고 태풍의 경로에서 비켜 있었더라면, 만약 늘 하던대로 익숙한 곳에서 그물을 내렸더라면, 아니 아예 마지막 출항을 하지 않았더라면… 돈에 대한 욕심이 부른 비극이라고 하기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선원들이 안타깝다. 선장역의 ‘조지 클루니’, 바비역의 ‘마크 왈버그’와 마지막까지 처와 아들을 걱정하는 머피역의 ‘존 라일리’등 개성강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다. 짧지만 잊지 못할 장면. 거대한 파도와 싸우며 해양경비대 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표류하는 선원들을 구하려고 시도를 하다가 밧줄을 잡고 있던 아래쪽 대원이 파도에 휩쓸린다. 순간 안전한 곳에 있던 다른 한 명이 동료의 뒤를 따라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래서 인간은 경이로운 존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