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까마득한 암벽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심장이 쪼그라지는 듯한 아찔함에 북한산의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 오질 않습니다. 다시 내려 갈 수 도 없는 상황 이제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만 하는데 아직도 끝이 보이질 않는 절벽의 위를 바라보니 과연 내가 저곳에 올라 갈 수 있을까? 더 없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금도 대학시절 처음으로 북한산 인수봉을 등반했던 그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 달 정도 암벽등반의 기초와 장비의 사용법들을 익힌 후 처음으로 북한산 인수봉 등반에 나섰습니다. 서울 북한산에 있는 인수봉은 동양 최대 크기의 암벽으로 높이 해발 811m에 실제 암벽 길이는 남쪽 벽이 한 200-300m 정도 되는 커다란 돌산입니다. 처음으로 인수봉 등반에 도전하는 우리 신입생들은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날 등반할 코스는 인수B라고 하는 인수봉을 오르는 데 가장 쉬운 초보자용 루트였습니다. 등반이 시작되고 인수봉 대슬랩(5-60m)을 오른 후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이곳부터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팀에 앞서 서울고등학교 암벽반 학생들이 먼저 도착해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암벽등반은 선등자가 먼저 등반하면서 중간 중간에 있는 볼트에 자일(로프)을 걸면서 확보를 하게 됩니다. 이때 후등자가 선등자의 등반 속도에 맞추어 줄을 적당히 풀기도 하고 또 텐션을 주어 확보를 봐주게 됩니다. 이제 한 남학생이 선등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5미터 쯤 올라갔을 때 갑자기 워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뒤로 자빠지더니 거꾸로 바위에 쳐박히는 것입니다. 뒤에서 확보를 봐주던 친구가 다른데 신경을 쓰다가 선등자가 미끌어 지는 것을 보지못해서 줄을 잡아 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처음으로 인수봉을 등반하는 우리들의 눈 앞에서 벌어진 그 사고는 우리 모두를 극도로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한 사람씩 등반이 시작 될 때마다 줄을 확인하고 확인합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선등자와 후등자가 호흡을 맞추고 오직 그 2-3cm 정도 밖에 안되는 그 자일(로프)에 의지해서 암벽을 올라가는 것입니다. 깍아지는 암벽을 오르면서 내 하네스(안전벨트)에 줄이 단단히 매여지 있는지를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줄이 바로 나의 생명을 지탱해줄 생명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매일 같이 줄이 잘 매어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여리고의 기생, 라합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건너기 전 그들이 맞닥뜨리게 될 여리고성이 어떠한 곳인지를 알아 보기 위해 두 명의 정탐꾼을 보내게 되었고 그들은 여리고에 사는 기생 라합의 도움으로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게 됩니다. 그때 라합은 이제 곧 여리고가 이스라엘의 하나님에 의해 멸망할 것을 알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그러자 정탐꾼들이 라합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를 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땅에 들어올 때에 우리를 달아내리운 창에 이 붉은 줄을 내고 네 부모와 형제와 네 아비의 가족을 다 네 집에 모으라”(수 2:18) 라합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성밖 창문으로 붉은 줄을 매달았습니다. 우리는 라합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라합은 그 줄이 잘 매어져 있는지 혹은 누가 그 줄을 풀어버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확인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줄이 풀어져 버리면 자기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안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붉은 줄은 그녀에게 생명줄 이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열 번째 재앙을 피하기 위하여 문설주에 발랐던 붉은 피와 같은 구원의 표였습니다. 아울러 오늘 우리의 가정에 매여져 있어야 하는 영적인 붉은 줄은 그리스도의 붉은 피입니다.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 26:28)
라합이 눈만 뜨면 확인하고 확인했던 그 붉은 줄 그 줄이 매어져 있어야만 그들의 생명이 구원함을 얻을 수 있기에 한번도 소홀함 없이 줄의 매어져 있음을 확인했던 라합처럼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스도의 보혈의 생명줄이 단단히 매여져 있는지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