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님의 몸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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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다보니, 예배와 관련 혼돈스러운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중 하나가 성찬식입니다. 온라인으로 성찬을 드려도 되는지, 이 문제를 놓고 신학적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 교회는 다시 모일 때까지 성찬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때,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를 행하여”라는 말씀을 주님께서 보여주신 모범 대로 성찬식을 행하라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직접 떡을 떼어주셨고, 직접 잔을 나눠주셨습니다. 고린도전서 11장 말씀도 성찬에 참여할 성도들이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라고 명령합니다. 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여 실제로 떡과 잔을 나누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모여 예배드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성찬식을 한 번 빠졌을 뿐인데도 아쉬움이 큰 건 사실입니다. 성찬식은 예전의 형식을 넘어서 십자가 위에서 쏟으신 주님의 사랑을 실제로 경험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몸을 위해 떡(음식)이 절대로 필요하듯 예수님은 제 삶에 반드시 필요한 분이심을 믿습니다. 주님의 피를 통해 제 죄가 완전히 용서되었고 의롭다함을 받았으며 이젠 주님께서 제 안에 계셔서 성화를 돕고 계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주님 약속하신 마지막 때의 혼인 잔치에 제가 참석하게 될 것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성찬에 임하는 동안, 주님의 임재와 사랑을 강하게 체험하는 겁니다. 믿음의 고백이 진실할수록 성찬식에서 누리는 영적 감동은 더 강렬합니다.

1971년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탐 커티스 대위는 치열한 전투 중에 부상을 입고 포로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수용소 분위기는 한 마디로 절망이었습니다. 대우도 형편없었지만, 각 방은 부상자들의 신음 소리와 함께 전쟁터에서 저지른 일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했습니다. 탐은 같은 방의 병사들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각자 암송하고 있는 말씀들을 나누며 예배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탐의 방을 따라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방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용소 관리자들이 포로 중 3 명을 정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성경을 필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겁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겁니다. 정해진 병사가 성경을 필사를 해오면, 다른 병사들은 벽돌 가루를 물에 개서 만든 잉크와 펜이 될만한 것을 구해서 배급받은 휴지에 그 말씀을 아주 정성껏 옮겨 적었습니다. 병사들에게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은 생명처럼 귀했던 겁니다. 말씀이 풍성해지자 예배도 뜨거워졌습니다. 부활절이 다가오자, 탐은 특별한 예배를 드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부활절 당일, 예배가 시작되었을 때, 누군가 탐에게 남겨두었던 빵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다른 병사가 따로 보관해두었던 스프를 내놓았습니다. 포도주 대신이었습니다. 누군가 찬송 ‘Amazing Grace’를 나즉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찬식 준비가 끝났습니다. 성찬식을 통해 주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싶은 간절함이 모두에게 있었던 겁니다. 순서에 따라 빵을 다 나누고, 이젠 잔을 나누는 순서였습니다. 잔을 들고 “이것은 너희를 위해 흘리는 내 피니라.”라고 말하는 탐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지금 이 시간, 이 절망의 자리에 오셔서 영혼과 육신이 다 상한 자신과 동료들을 용서하고 위로하고 계신 주님의 임재를 아주 강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눈물을 쏟은 것은 탐뿐이 아니었습니다. 땀과 피 냄새 그리고 죽음의 냄새가 뒤섞여 진동하는 이 고통의 자리에 용서와 평강과 소망과 위로를 가지고 찾아오신 주님을 모두가 생생하게 체험한 겁니다. “아 주님께서 이곳까지 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셨구나.” 하는 깨달음 때문에 환희와 감격의 눈물이 터지고 만 겁니다.

성찬식은 주님의 임재와 십자가 사랑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예외없이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