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가 바꾼 음악대학 입시

734

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매년 1월이면 음악대학 입시가 치러지는 한국처럼 미국도 입시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미국 대부분의 음대에서는 12월 1일까지 원서 접수를 마감하고, 2월부터 3월 초까지 실기 시험이 진행된다. 원서 접수 때 연주 동영상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프리 스크리닝’으로 1차 실기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리 스크리닝을 통과해야 실제 라이브 오디션을 볼 수 있다. 한국과는 달리 실기 시험 날짜만 겹치지 않으면 여러 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 보통 네다섯 학교는 기본이고, 열 군데 이상 지원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 많은 학교들이 오디션 날짜가 하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짜가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날짜나 가능한 날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거나 장시간 차를 타고 오디션을 봐야 해서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다섯 학교 이상 오디션을 보는 경우에는 뒤로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어 실력 발휘를 다하기 쉽지 않다. 또한 날씨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취소되어 오디션을 놓치는 학생들을 본 적이 더러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미리 학교에 연락하면 다시 오디션 날짜와 시간을 정해준다. 필자도 박사 오디션 때 수화물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본인의 반주자를 대동해서 실기 입시를 치르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각 음대에서 반주자를 제공한다.  함께 연습한 반주자를 데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장거리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매번 반주자와 함께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아서 대부분 학교에서 정해주는 반주자와 오디션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오디션 바로 직전에 반주자와 짧게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지거나, 미리 학교 반주자에게 연락해서 하루 이틀 전에 리허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음대에서는 한참 전에 가서 제비뽑기를 하고 본인의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의 오디션 시간을 미리 알려준다. 본인의 오디션 30분 전에 안내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간단하게 반주자와 리허설을 하거나 대기실에서 연습을 한 후  오디션을 보게 된다. 오디션도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오디션이 공개라는 점이다. 심사 교수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커튼으로 막을 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오픈 되어 있는 큰 강의실이나 연주 홀에서 오디션을 치른다. 입시라는 부담되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다소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심사 교수님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연주 곡 중에서 학생이 하고 싶은 곡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오디션은 평균 15-20분  정도 소요되는데 첫 곡은 보통 학생이 원하는 곡으로 시작하고, 그 후에는 심사 교수님들이 요구를 한다. 학생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음대 입시도 코로나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지난  2-3월에는 한국이나 중국의 많은 유학생들이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온라인 오디션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올해는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현지 학생들도 라이브 오디션 대신 줌이나 스카이프 등의 온라인 오디션으로 실기 입시를 치르게 된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줌을 링크해서 화상으로 오디션을 보는 것이다. 오디션 전에 인터넷 연결이 잘 되어 있는지, 소리는 잘 들리는지 꼭 체크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오디션을 보는 학생들은 시차 때문에 밤 늦은 시각에 오디션을 치르게 되니 미리 적응을 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라이브 오디션을 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관악기나 성악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반주자 없이 오디션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 최선을 다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