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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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350년 전에 있었던 종교재판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그 재판으로 고통 받은 한 과학자에게 사과하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줍니다. 그 과학자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지구도 태양 주위를 돈다는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한 갈릴레오입니다. 갈릴레오는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기독교에 저항한 인물로 알려져있지만, 그는 한 때 신학을 공부할 정도로 독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만류로 의학도로 전향했다가 후에 과학자가 되었지만, 갈릴레오는 철저히 신앙 위에서 과학을 추구했습니다. 갈릴레오는 성경 속에서 지동설을 지지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찾아낼 정도였습니다. 욥기 26장 7절 말씀, 곧 하나님께서 “지구(땅을)를 공간에 달아놓으셨다”는 말씀이 지구가 돌고 있음을 증거한다는 겁니다. 확고한 신앙 위에서 과학을 탐구한 갈릴레오는 멋진 신앙 고백을 남겼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 권의 책을 주셨는데, 한 권은 자연이라는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성경책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솜씨를 하나님이 주신 자연이라는 책에서 배운다.”자신이 발명한 망원경을 통해 평생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한 과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우리에게 큰 감동과 도전을 줍니다.

시편 19편에서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라고 노래한 다윗도 자연과 친숙했던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은 목자였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이새의 집을 방문했을 때, 막내 다윗은 양을 치고 있었습니다. 적국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다윗은 자신을 말리는 사울 왕에게 양 칠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사울을 안심시킵니다. 양을 지키기 위해 사자와 곰과도 맞서 싸워 이겨냈다는 겁니다. 양을 치는 목자들은 누구보다도 자연과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해가 져서 양을 우리에 가둔 후부터 다시 해가 돋을 때까지 한적한 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어요. 들과 하늘을 바라보다가 잠드는 일이었을 겁니다. 영성이 뛰어나고 수금을 잘 타는 다윗은 자연 속에 깃든 창조주의 숨결을 발견하고 하나님을 찬양했을 겁니다. 또한 다윗은 사울 왕에게 쫓겨 광야에서 10여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 시절짬짬히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어릴 적 양칠 때의 경험을 생각하며, 광야와 하늘을 바라보고하나님을 찬양하며 마음에 평안을 얻었을 겁니다.그래서인지 시편 19편의 내용은 갈릴레오의 신앙 고백과 꼭 닮아 있습니다.

우리 성도들도 가끔씩 자연이라는 책 속에 들어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일상은 여유 시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바쁩니다. 모처럼 갖게 된 여유를 자연과 함께 보내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연이라는 특별한 책 속으로 들어가기가 참 쉽지 않은 겁니다.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통근 길에 데스플레인 강 곁에 조성해놓은 작은 공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원이 마주하고 있는 나무와 어우러진 강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언젠가 한 번 들러서 황홀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정작 그곳에 들어가 차를 대고 여유를 즐긴 건 회사를 그만두고도 몇 년이 훌쩍 지난 후였습니다.

다행히 시카고는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 즐길 수 있는 자연 공간이 주변에 풍성합니다. 가던 길에서 단 몇 분만 벗어나도 바람과 나무와 물과 하늘을 바라보며 창조주의 손길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작은 결단입니다. 그 적은 시간의 여유를 통해 다윗처럼 하나님을 찬양할 때, 그 의미있는 틈새가 나머지 시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겁니다.